“인생 바꾸려면 욕망부터 다스려야”

욕망 일으키는 좋고 싫은 감정 
있는 그대로 보는 사띠 수행이
고통 소멸하는 방향으로 바꿔

오온 사띠

오장(五障)이 제거되어 마음이 맑아지면 마음의 움직임이 또렷이 보이게 된다. 마음은, 신체적인 행위와 같이 일어나고, 지적인 판단작용, 감성의 호오(好惡)작용, 의지적 욕망작용 등과 함께하지만 그들을 ‘아는 작용’을 하는 것이 마음이다. 그러므로 지적인 사유(생각)가 있으면 ‘있음’, 없으면 ‘없음’, 있다가 사라지면 ‘사라짐’, 없다가 발생하면 ‘발생’이라고 알아차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신체적 행위, 좋고 싫은 감성작용, 의지적 욕망작용이 있으면 ‘있음’, 없으면 ‘없음’, 있다가 사라지면 ‘사라짐’, 없다가 발생하면 ‘발생’이라고 알아차려야 한다. 마치 동굴 입구에 서 있는 사냥꾼이 맹수가 동굴 안에 있는지 없는지, 안으로 들어갔는지, 밖으로 나왔는지를 빠짐없이 알아차려야 사냥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와 같이 오온의 작용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와 같이 알아차렸을 때 현재 나의 환경과 나의 모습은 욕망과 욕구의 결과임을 명확하게 알 수가 있고, 여러 가지의 욕망들이 이 넓고 다양한 윤회 세계의 주원인임을 알게 된다. 

욕망과 욕구를 자세히 바라보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욕망과 욕구를 일으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하나는 그 대상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성작용이다(好惡의 受).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갖고 싶어 하고, 싫어하는 대상은 멀리하고 싶어진다. 예외가 있다. 그 좋아하는 것이 나에게 해롭다는 판단이 들거나, 옳지 않은 것이라는 도덕적 판단이 들었을 때, 그 욕망을 컨트롤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필자는 식후에 아이스크림이 디저트로 나오는 남방에서 오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몸이 피곤할 때마다 팥이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을 찾게 되는 습관이 있다. 후에 아이스크림이 몸무게를 늘리는 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호하게 그러나 융통성 있게 아이스크림을 끊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감성(受)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이 살을 찌게 만들고 건강에 해롭다는 판단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욕망(行)을 소멸시키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인생을 바꾸려면 욕망을, 욕망을 바꾸려면 수(受)와 상(想)을, 수와 상을 다스리려면 6근(根)과 6경(境)에서 발생한 ‘수상행 사띠수행’을 하여야 한다. 고통을 소멸하는 방향으로 욕망을 바꾸려는 욕구(行)와 그것들의 발생과 소멸을 있는 그대로 보는 식(識)의 사띠가 수행의 시작점이다.

12처 사띠

6가지 감각기관(六根)을 통하여 감각 대상(六境)을 인식할 때, 어떻게 수상행(知情意)의 작용이 번뇌와 연결되어 발생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먼저 눈은 눈(眼)이라고 알아차리고 형상은 형상으로 알아차린다. 촉을 연(緣)하여 식이 발생하면 식(識), 느낌이 발생하면 느낌이라 알고, 느낌을 연하여 이해의 상(想, 판단작용)이 발생하면 상이라고 알고, 느낌과 상들에 대한 갈애(욕망)가 발생하면 결박되었음을 안다.

눈과 색(色)을 반연하여, ①눈의 영역에 원하는 대상이 나타났을 때 즐기고 싶은 감각적 욕망의 결박이 일어남을 안다. ②만일 원하지 않는 대상을 만났을 때 적의의 결박이 일어남을 안다. ③이 두 가지를 알아차린 후, 만족한 그에게 자만의 결박이 일어남을 안다. ④인식된 물질이 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움켜쥘 때 사견의 결박이 일어남을 안다. ⑤‘이 몸이 참으로 나인가 아니면 나의 것인가?’라고 의심할 때 의심의 결박이 일어난다.

⑥미세하고 미묘한 즐거움의 선정에 자주 머물게 되면 그에게 유탐(有貪: 색계와 무색계)의 결박이 일어난다. ⑦에고에 대한 집착이 있어도 고행의 계(戒)와 종교적 의식만으로도 해탈할 수 있다는 견해가 발생하면 그에게 계금취(戒禁取)의 결박이 일어난다. ⑧남이 내가 얻지 못한 미묘한 즐거움 얻음을 보고 시샘할 때, 그에게 질투의 결박이 일어난다. ⑨자신이 얻은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기 아까워 할 때 그에게 인색의 결박이 일어난다.

⑩이 모든 것과 함께 생긴 무지함을 통해서 무명의 결박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귀 코 혀 몸 마음이 대상들을 경험할 때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대상에 욕망 등이 발생하는데 그 욕망 등을 알아차려야만 한다. 그 욕망들이 내 인생의 선장이고 내 인생의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485호/2019년5월4일자]

등현스님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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