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은 사실 ‘휴대용 목어’

Q  불교에서는 목탁은 왜 치는가?

수천 수만 대중 이끄는 신호수단 
염불독송 땐 리듬 호흡조절 도움 
깨달음의 눈 뜨라는 교훈도 담겨 

A  절에 가면 소리 내어 치는 불구(佛具)가 몇 개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큰 종(범종)일 것이고 구름모양의 두꺼운 철판인 운판, 큰 북(법고), 목어가 있습니다. 이 네 가지를 사찰의 사물(四物)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법당 안에서 울리는 작은 종(소종), 요령, 경쇠, 목탁, 죽비 등도 있습니다. 

주로 대웅전(법당) 밖 독립된 건물에 준비된 사물은 아침저녁으로 두 번 울리는데, 이는 세상 구석구석 모든 중생들을 다 불법으로 제도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 안에 주로 구비되어 있는 소종, 목탁 등은 기도나 의식, 교육 진행시에 사용합니다. 

불자들이 모여 예불, 기도, 법회 등을 진행하게 되면 당연히 인례자가 나서 전체 대중들을 이끌게 되는데, 이 때 대중의 동작을 질서 있게 통일시키는 신호수단으로 목소리가 아닌 목탁을 들고 주로 나서게 됩니다. 목탁을 치는 방법과 길이 등으로 합장 반 배, 큰 절, 일어섬, 앉음, 시작과 마침과 같은 동작을 질서 있게 리드해 줍니다. 

두 명의 인원에서부터 수백 수천 명의 대중들을 이 목탁소리로 일사불란하게 지휘 가능합니다. 거룩하고 성스러운 불교의식이 은은한 목탁소리 맞춰 질서 있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때로는 소리의 구성 범위가 더 짧은 경쇠나 죽비로도 목탁을 대신하기는 합니다만 그 쓰임새에는 목탁에 비할 수 없습니다.

목탁은 혼자서도 흔히 칩니다. 1인 예불은 물론 염불정근·경전독송 시에도 목탁을 사용하는데 이는 의식에 집중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고, 염불독송의 리듬을 유지하거나 호흡조절·졸음방지를 위해서, 나아가 소리를 듣는 이의 마음을 울려 불심(佛心)을 증진시키게 하기도 합니다. 

목탁은 사실 사찰의 사물 중 목어를 휴대가능하게 개량한 것입니다. 통나무를 둥글게 깎고 속을 파내 손잡이는 물고기의 꼬리, 길게 홈이 파여진 것은 물고기의 입, 끝에 둥근 구멍은 물고기의 눈을 나타내게 조각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목탁은 목어의 축소판이고, 언제나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게으르지 말고 깨어 있으라, 깨달음의 눈을 뜨라고 하는 교훈도 지니고 있습니다. 

새벽에 절 도량을 최초로 깨우는 ‘도량석’도 목탁과 함께 합니다. 그리고 절밖 사회에서도 목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뛰어난 사회지도자를 지칭하거나 대중들의 사회적 눈을 뜨게 해주는 올바른 언론이나 사상가들을 ‘사회의 목탁’이라고 불러 칭송해 주기도 합니다.

[불교신문3485호/2019년5월4일자]

이정우 군법사ㆍ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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