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일상을 산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책읽는고양이

나다운 일상을 산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책읽는고양이

<나다운 일상을 산다>는 일본 아쿠다가와 상 후보에 오르면서 주목받은 작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다. 63년을 해로한 남편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저자는 남편을 다시 집으로 데려오고는 ‘죽을 때까지 평소처럼 지내게 해주리라’고 결심한다. 그리고 1년 반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평생의 벗이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가장 가뿐한 마음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결국 삶의 마지막이 행복했던 남편의 죽음은 행복했다. “나는 행복해. 익숙한 내 집에서 책들에 둘러싸여 가끔 정원을 바라보며, 밭에 심은 피망이란 가지가 커가는 것도 보고 말이야.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야.”

그러나 ‘오랜 병수발에 효자 없다’고 했다. 작가 역시 노령이어서 남편을 간호하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 하여 그녀 역시 ‘비움’에 기대어야 했다. 몸의 혹사를 피하기 위해 효율적인 지출을 선택한다. 적당히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매사 지치지 않도록 자신을 건사한다. 궁극적으로는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정기적인 외출과 오페라 관람과 같은 평소의  취미 생활을 유지하는 동시에 작품을 쓰는 일에도 여느 때 이상 최선을 다 했다. 아내는 남편이 죽은 날에도 이미 예약되어 있던 자신의 병원진료를 받고, 남편 사후 엿새째에는 오페라를 보러간다. ‘오페라를 보러 안 간다고 내가 살아 돌아갈 것 같아?’ 남편이라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반백 년 된 낡은 집이 일상의 근본이다. 마당에는 예쁜 꽃도 피어있고 그때그때 밥상에 올릴 수 있는 채소도 심어져 있다. 적당한 햇살을 맞으며 휠체어에 앉은 남편은 창을 등지고 앉아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부인은 저녁에는 또 어떤 반찬을 할지 궁리한다. 새털같이 많은 세월, 때로는 다투면서 때로는 시시한 농담으로 서로를 다독이면서 구축한 부부 간의 신뢰는 ‘죽음’이란 무거운 공기를 가볍게 희석시킨다.

죽음을 삶의 필연적인 과정이라 여기고 덤덤히 받아들인다면 삶의 안정과 질서를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다. 또한 죽음이 두렵지도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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