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스콧 더글러스 지음 김문주 옮김 수류책방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 막연한 불안과 우울을 ‘발로 치료한’ 러너의 이야기   

스콧 더글러스 지음 김문주 옮김
수류책방

 

“실연을 당한 후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땀이 흐른다. 수분이 다 빠져 나가버리면 눈물이 나오지 않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1994년에 나온 영화 ‘중경삼림’에서 배우 금성무가 분한 ‘경찰 223’의 독백이다. 운동장을 미친 듯이 뛰면서 그는 이렇게 되뇐다. 세찬 뜀박질로 가슴에 숨이 차오르면 그 대신 슬픔이 멀리 떠나버릴 것이라고 자기암시를 건다.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의 저자도 달리기의 효험을 믿는 사람이다. 그는 경증(輕症)의 우울증인 기분부전장애를 오래 앓았다. 경찰 223처럼 애인이 떠나서가 아니라 그냥 무조건 슬펐다. ‘우리 모두 하루살이일 뿐’이라는 염세적 세계관에 시달리다가, 10대에 우연히 달리기를 알게 됐다. 이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달리기 예찬론자이며 아주 쾌활하다.

책은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등 감정과 관련한 문제로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달리기를 통해 일상의 건강을 회복해 나가는 고백들을 담았다. 달리기란 가장 기본적인 운동인 동시에 ‘가성비 갑’의 운동이다. 스콧 더글러스는 “달리기야말로 가장 단시간 내에, 가장 손쉽게 기분이 나아지는 도구”라고 극찬한다.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고 기껏해야 운동화 정도만 있으면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내가 아는 한, 달리기는 짧은 시간 내에 불쾌함이 명랑함으로 바뀔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힘겨운 날에 내가 문 밖으로 나서는 이유는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좋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게 되리라는, 거의 보장에 가까운 이유 때문이다(105쪽).”

일단 달리면 달라지는 것들?
불안, 우울, 중독의 해소
넓어지는 시야, 불타는 영감!

‘뉴요커’의 대표적인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달리기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편한 옷차림으로 공원을 조깅하는 남녀들의 모습은 건강하고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미국의 국가이미지를 대변한다. 그만큼 조깅은 미국인들의 보편적인 문화다. 달리기는 글쓴이에게 친구를 가져다줬다. 함께 달리는 친구가 생겼다. 

자기 또래의 50대 남자들이 대인관계의 폭이 좁아지는 반면 자신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다양하게 교류하게 됐다. 저자는 책에서 ‘동지’들의 사연도 들려준다. 불행한 사건의 기억으로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던 친구, 불안과 우울 증상을 한꺼번에 감내하던 친구, 공황장애의 친구들이 달리면서 고통을 극복해낸 이야기들이다.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는 기분부전장애를 앓던 저자가 달리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회복한 이야기다. 사진 픽사베이

그렇게 누군가는 체중감량에 성공했고 또 누군가는 기발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되살아난 자존감에 그들은 감동한다. 목표한 거리를 달렸다가 돌아오면서 얻는 소소한 성취감은 다른 일도 능히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달리기는 움직이는 명상이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거의 항상 정신적으로 더 나아진 기분을 느끼게 된다. 또 내 인생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새로운 느낌이 차오른다(7쪽).”

달리기는 명상의 효과도 갖는다. “적당한 속도로 1킬로미터 정도를 달리고 있자면 호흡은 자연스레 박자를 타게 된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즐겁게 반복되는 박자는 머릿속까지 느껴진다. 점차 달리기가 안정됨에 따라 우리는 예측가능한 발걸음 타이밍에 맞춰 숨을 내쉬게 된다. 신경활동의 증가는 자유연상 사고과정의 유발을 도와준다. 우리 러너들은 그다지 많은 노력을 쏟지 않고도 달리기를 통해 마음챙김의 길에 접어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209쪽).” 

저자는 ‘마음이 아프면 당장 달리라’고 거듭 강조한다. 불안 우울 중독이 해소되고 시야가 넓어지니까. 인생을 알차게 할 영감이 떠오르니까.

앞서 밝혔다시피 저자는 우울증 때문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현대인들의 대표적인 ‘지병’으로 자리한 우울증이다. 책을 읽으면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치료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책을 집필한 결정적인 동기는 달리기의 무한한 기쁨 때문이다. 어떻게 뛰어야 할지 얼마나 뛰어야 할지 달리기의 구체적인 요령에 대해 세세하고 친절하게 실었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다. “달리기는 우리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값비싼 장비도, 장소도, 장거리 같은 야심찬 목표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운동화를 신고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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