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막막할 때 승려복지 의료비 지원 큰 도움 돼”

승려복지회로부터 입원치료비 지원을 받은 묘담스님과 근성스님.

은사 스님 척추질환으로 중환자실 입원
병수발 들던 상좌도 쓰러져 같이 치료
“온정 갖고 도와준 모든 분들에 감사”

승납 40년이 가까워오는 서울 수안사 묘담스님은 승려복지회 후원자이자 수혜자이다. 묘담스님은 출가해서 지금까지 은사 근성스님을 모시고 살았다. “공부가 곧 일이요 일이 곧 공부”라 여겼던 시절 두 스님은 일념으로 법당을 일구고 포교하면서 평생을 살았다. 100만원도 안 되는 가건물에서 은사 스님과 1만원 불공을 1만 번 하고, 3만원 제사를 1만 번 지내는 동안 100원짜리 야쿠르트 한 병도 쉽게 사지 못할 정도로, 치열한 삶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청정하게 산 두 스님에게 어려움은 갑자기 찾아왔다. 5년 전 평소에 병원 한 번 안 가실 정도로 정정했던 은사 스님이 5년 전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처음엔 암인 줄 알았는데 이상해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의사 말이 노스님 척추 뼈가 다 녹아 없어지고 그 자리에 고름이 찼다고 하더라. 그 이후로 여태껏 은사 스님은 걷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또 한 차례 고비가 또 찾아왔다. 은사 스님이 한 달 가까이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수액에만 의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스님을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모셨다.

근성스님은 지난 2018년 9월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11월에 퇴원했다. 동국대 병원이라서 스님들에게 본인부담금 25%를 할인 받았지만 3개월간 중환자실 입원진료비가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근성스님이 준비해 놓은 장례비를 헐어야 했다. “노스님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마지막을 수덕사 견성암에서 회향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모아뒀던 돈이었다. 한편으로는 죄송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러웠다.”

설상가상 노스님을 간병하던 묘담스님에게도 건강이상 증후가 발견됐다. 출가해서 지금껏 은사 스님과 같이 지냈고 병수발도 당연히 자신의 몫이란 생각으로 묵묵히 병상을 지켜온 스님이었다. “힘들다는 생각 한번 한 적 없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저도 두 차례나 쓰러져 입원치료를 받았다. 당뇨가 생겼고 디스크 진단도 받았다. 지금도 뇌하수체가 부어있어 병원에서는 무조건 안정을 권하고 있다. 여차 하면 수술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노스님 간병을 안 할 수 없지 않겠나.”

묘담스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면서 은사와 상좌가 나란히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그 때만 해도 스님은 승려복지회 지원은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절살림을 맡으면서 사찰예산 3분의 1은 보시하자는 마음으로 불교단체 10곳을 후원했다. 승려복지회도 그 중 한 곳이었다. 

매달 3만원씩 승보공양 후원을 하면서도 제가 나서서 의료비지원신청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병원입원당시 승가대학을 막 졸업한 스님으로부터 승려복지회가 의료비를 지원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심정도 있었다. 젊은 스님의 도움을 받아 신청서류를 제출했다가 의료비 일부를 지원받게 됐다.”

승려복지회는 묘담스님에게 입원진료비 70만원을 지원했고, 30만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은사 근성스님에게는 입원치료비 544만원이 지급됐고, 188만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의료비를 받은 후 묘담스님은 고마움과 함께 “불교복지가 많이 좋아져 이제 걱정근심 없이 중노릇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조계종에서 출가해 40년을 스님으로 살면서 종단불사에 동참 한번 안했는데 이런 도움을 받아도 되나 하는 마음이 교차했다고 한다. 결국 스님은 노스님이 받은 입원치료비를 동국대일산병원에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성역화불사 등 종단 대소사에 참여하지 않아서 받을 수 없는 돈이었다”는 묘담스님은 “병원에서는 노스님 혈관이 얇아져서 더 이상 수술도 어렵고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무려 9개과 의사들이 협진해서 스님을 온정 있게 대해주는 모습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후원금을 전했다. 지금도 후원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미수(米壽)가 된 근성스님은 안타깝게도 동국대 일산병원 중환자실에 다시 입원해 있다. 묘담스님은 은사 스님이 일반 병실로 옮겨져 다시 절에 돌아오길 기도하며 날마다 중환자실을 찾는다. “평생 절을 일구고 우리 절 신도가 곧 조계종 신도란 생각으로 교육시키고 포교했던 분이라 지금이 마지막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한다”는 스님은 노스님이 그저 편안히 쉬기만을 바랄 뿐이다.

오랜 시간 노스님을 간병해온 묘담스님은 스님들을 위한 요양병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스님들 고령화 속도가 사회보다 빠른데, 그렇다고 노스님들을 시설에 보내기도 어렵지 않냐”며 “나이가 들면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받는 일이 일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매번 종단에 병원비를 요청할 수 도 없는 일이고, 지역별로 불교요양병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생을 절에서 기도하고 수행했던 스님들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으며 삶을 회향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불교신문3463호/2019년2월16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