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무원 스스로 편 가르기 '조직 균열'…종단 수장 사업장 대표로 전락시켜

조계종 노조는 지난해 9월 20일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종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조직문화 개선과 권익향상 등을 내세우며 노동조합을 전격 설립했다. 사진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노조설립 기자회견.

최후 수단돼야 할 고소고발
종단 압박 수단으로 쓰이고

처우개선 임금관련 언급없고
긍정적 발전 이끌지도 못해
종무원사이 공감 얻기 힘들어

노동저소득득문제 앞장서온
종단 공익적 활동 위축 '우려'

조계종 노조가 내부 화합을 깨뜨리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종무원 권익을 위한 노조 본연의 역할이 아닌 정치적 활동으로 종무원 조직 사회 균열을 일으키고 나아가 종단을 공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는 설립부터 종무원 간 위화감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노조 출범 당시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조합원은 40여 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 기관 종사자가 350여 명임을 감안하면 약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가입 권유가 특정 종무원들 사이 폐쇄적, 개별적 접촉으로 이뤄진 탓이다. 이로 인해 조계종 노조는 출범 당시부터 스스로 ‘편가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조가 종단과 종무원 조직 사회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조합원들의 의견 수용, 근로 조건 개선 등 종무원 권익을 위한 활동에 앞서야 하는 조계종 노조가 이를 등한시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남욱 재무부 자산팀장은 "노조의 이해되지 않는 활동으로 대다수 종무원들이 서로를 불편해하고 적대시하고 있다”며 “스스로 ‘노동자’라 단정 짓는 것을 거부해왔던 종무원들이 이제와 노조를 만들고 ‘노동’ 운운하는 모습을 보니 위선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외부 세력을 끌어 들여 종단 내부 일을 해결하려는 노조 행태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는 일은 당연하지만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고소 고발이 종단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종무원 스스로 긍지와 명예를 저버리는 듯한 행위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게 교계 중론이다.

교계 노동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회노동위원회, 종무원 조합이 노조 문제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편적인 예다. 신학녀 종무원 조합 위원장은 “종무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임금과 관련된 구체적 언급 없이 종단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종무원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노조가 종단의 사회적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조계종 노조는 지난 3월18일 종단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근로자는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사용자는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명기했다. 해당 구제신청서가 제출됨에 따라 지방노동위원회 담당조사관이 필요하다 판단하면 총무원장 스님이 출석조사, 심문회의 등에 나가야 한다. 필요에 따라 위임 받은 대리인이 변론을 대신할 순 있으나 사건 당사자가 ‘조계종 총무원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일반직 종무원들로 구성된 조계종 노조가 스스로 자신을 ‘단순 노동자’로 규정하고 나아가 종단 수장을 일개 사업장을 대표하는 신분으로 떨어트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종무원은 단순 노동자라기 보다 특수한 신분으로 꼽힌다.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동시에 불자로서 종단에 봉사하며 종헌종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종무원이 종단 수장인 총무원장 스님을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했다. 종단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사용자 신분으로 협상테이블에 나가 근로자들과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그간 노동·저소득층 문제 등에 앞장서 왔던 종단의 공익적 활동 범위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해왔던 조계종은 더 이상 ‘공동선 실현’이라는 종교적 공익 활동에 나서기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안게 됐다.

외부 세력인 민주노총 지휘 아래 종단 내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문제 소지를 안고 있다. 노조는 내부 시정 절차 없이 전 총무원장 스님을 검찰 고발했다. 이에 대한 조치로 종단은 종헌종법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관련자들에 대한 원칙적 조치를 취했지만 노조는 이에 따른 조사조차 거부하고 있다. 

노조가 이같은 태도를 취하는 배경엔 민주노총이 협상에 교섭 위원으로 참여하고 변호를 맡는 등 사실상 조계종 노조를 이끌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노조는 “조계종의 실상을 알리는 판례를 만들어 내겠다”고 경고 한 데 이어 종헌종법에 따른 인사위 조치에도 ‘대기발령 및 징계절차 원인무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사회법 제소를 예고하고 있다.

노조가 종단 위신을 떨어트리고 파화합을 조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무원은 “노조가 종무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자이자 불자답게 불교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개선하고 화합하는 일에 나섰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불교를 살리는 일이 아니라 죽이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