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기고] 황지현 씨 “청년불자 법회 유학생활 활력소죠”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 박사과정 중인 황지현 씨

매사추세츠大 애머스트캠퍼스
발달심리학 박사과정 다니며
불자유학생들 모아 법회 열어

미국 동부에 있는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발달 심리학으로 박사과정 2년차에 있는 황지현(법명 수월궁)이라고 합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 제가 한국 절이 하나도 없는 미국 애머스트에서 법회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글귀라고 생각합니다. 상도선원에서 서울대학교 총불교학생회, 그리고 애머스트 한인 법회까지 모든 연결점들은 그동안 불교 안에서 사람과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어졌습니다. 인연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미산스님이 선원장 스님으로 계시는 서울 상도선원을 다니게 되면서 저도 청년회 활동을 하러 매주 일요일마다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상도선원 청년회에서 또래의 청년 불자들을 만나는 경험은 혼자 믿던 불교를 다 같이 믿게 되는 기분이 들게 했고, 서울대 총불교학생회 출신이신 운산스님을 지도법사 스님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운산스님은 당시는 학생이었고 출가하신 도경스님을 저에게 소개해주셨습니다. 

2014년 여름부터 서울대 총불교학생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2015년에는 봄학기 회장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대전 세등선원에서 송담스님을 친견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송담스님의 제자인 환산스님께서 총불교학생회의 지도법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총불 사람들과 인천 용화사 법회를 참석했다가 송담스님을 다시 한 번 뵀는데 이런 게 인연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학을 가게 되면서 미국에서도 청년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동부에 있는 한국 절을 찾게 되었습니다. 상도선원 청년회 운산스님을 통해 소개 받은 백승훈이라는 친구가 마침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지도법사 성향스님에게 저를 소개해주었고 뉴저지 원적사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된 점은 생활의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구심점으로, 공식단체 되도록
소규모 모임에 지원 있었으면”

외국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것은 자신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와 가족들이 주변에 부재함을 의미합니다. 박사과정 생활을 시작하며 이렇다 할 불교활동 없이 보낸 2017년 가을 학기는 제 인간관계의 여러 부분을 불교의 아래서 많이 의지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이후 보스턴 문수사에 다니는 청년불자들과 알게 되고 뉴욕주의 원적사, 불광선원, 관음사가 합동으로 열었던 재미 한국불교청년회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한번 애머스트에 법회를 열고 싶다는 원력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몇 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서 올해 봄 학기를 시작하기 전 1월18일에 처음으로 성향스님을 초청하여 법회를 열었습니다. 한인 대학원생을 위주로 홍보하였고 참여하신 대부분이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유학중인 박사과정 원생들입니다. 심리학과를 비롯하여 통계, 폴리머, 교육학과 등 공학대학과 사회과학대학 학생들이 주였습니다. 

재미있게 홍보를 하고 보니 저랑 친분이 있는 지인들이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부모님을 통해 한국에서 절을 다녔던 어릴 적의 경험이 애머스트에서 법회에 참여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는 답이 많았습니다. 불교가 어떤 가르침을 이야기하는지에 호기심을 느껴서 법회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참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올초 처음 열린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법회에 참석한 한인 대학원생들과 원적사 성향스님.

법회 날짜를 정하고 사람들을 모으면서 같은 종교 혹은 가치관으로 묶인 공동체를 하나 만들어 가는 게 참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학생활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혼자서 논문을 읽고 쓰며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법회를 준비하게 되니 다른 사람들과 연락하고 일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생활에도 작은 활력이 생겼습니다. 

차담을 하며 스님 말씀을 듣고 느낀 점이나 자기가 불교에 대해서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을 나누는 시간도 소중하였습니다. 같이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사람들마다 다 다른 고민과 생각거리를 갖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기 때문이고,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 유학생활에서 법회가 가질 수 있는 순기능인 것 같습니다.

유학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사회생활의 큰 틀에서 직장 동료와 같은 느낌입니다. 때문에 지인으로서 일상을 공유하더라도 자기 속 이야기나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눌 기회가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불교라는 공유되는 관심사를 통해서 모이다보니 마음을 조금 더 열게 되고 각자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고민과 사유를 공유한다는 건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법회를 열 때 학생들이 함께 먹을 음식과 다과 등도 저희 스스로 준비하는데, 사람이 더 모이고 안식처의 역할을 하려면 불교의 자비를 직접 와 닿게 느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법회가 언제 열릴지 기대하도록 그리고 법회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있도록 말입니다. 한국의 청년불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여는 구심점이나 단체가 공식화되면 좋겠습니다. 

성향스님께서 법회에서 해주신 말씀 중 기억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옆 사람들을 둘러보세요. 이 인연이 계속 있을 것 같나요? 곁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유학 공부하는 동안만 만날 수 있는 몇 년 동안의 짧은 인연입니다. 나중에는 만나고 싶어도 만나기 어려워요. 졸업하고 나면 다들 뿔뿔이 흩어지거든요. 이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불교가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의 직접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소규모 법회들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불교신문3481호/2019년4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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