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을 못 받았다면 저 또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웠을 거예요. 내가 받은 도움의 일부나마 갚는다는 생각으로 불교에 환원하고 싶었어요.”

지난 18일 미영순 한국저시력인협회장<사진>은 최근 불자 장애인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미 회장은 최근 사재를 털어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를 통해 추천받은 장애 청소년 총 11명에게 각각 장학증서와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했다.

미 회장은 고등학교 때 갑자기 시력을 잃은 후 맹인과 반맹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의 꿈을 이뤄내 한국의 헬렌켈러로 통한다. 지난 1999년엔 한국저시력인협회를 설립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저시력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희망의 빛을 밝혀주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불교는 여전히 접하기 어려운 종교로 꼽힌다. 미 회장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미 회장은 “무주상 보시를 행하라는 불교를 믿고 따르는 불자로서 언론에 알리는 게 맞는지 고민했지만, 단 한 명이라도 더 사찰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 전달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향후 지속적인 장학 사업을 통해 ‘전생의 업 때문에 장애를 가졌다’는 일부의 그릇된 시각을 바로잡는 데도 앞장서고 싶단다.

미 회장은 “이웃종교계의 경우 장애인에 대해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불교에서) 장애가 업 때문이라고 가르친다면 사람들이 어디로 가겠느냐”며 “현 시대에 맞는 해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학인 스님들에게 앞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장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도 재차 강조했다. 미 회장은 “모든 사람이 다 마라톤에서 1등을 하는 게 아니듯, 장애가 있더라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각각의 역할이 다 있다. 각각이 모두 주인공이자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영순 회장은 경기여고 3학년생이었던 1965년 열여덟 나이에 실명이란 멍에를 졌다.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그녀는 6개월간 완전 실명기를 거친 뒤 희미하게나마 사물을 인지하게 됐고, 그 후 10년간 투병생활 끝에 방송통신대학에 입학, 돋보기와 확대경으로 공부하며 수석졸업을 하고 국민대 정치외교학과에 편입해 대만정치대학에 석사학위를 받고 대만 중국문화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중화민국 국제관계연구소 특임연구위원, 세종연구소 전문위원, 북방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흑룡강성대학 동북아연구소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