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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머문 그 곳] <57> 부산 아홉산 숲& 안적사영화 ‘군도’에서 하정우가 무술 연마했던 그 숲
아홉산 숲에는 튼실하면서도 윤기를 머금은 울창한 대나무 밭이 있다. 세대를 이어 지켜온 아름다운 대나무를 배경으로 3대를 이룬 한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아름드리 가득한 울창한 산림은
많은 이들의 땀방울이 깃들어 있고
천년의 시간을 이어온 사찰에도
많은 이들의 원력과 은공이 담겨있다. 

부산출장이 잡혔다. 전에 찜해 두었던 부산지역 숲이 또렷이 떠올랐다. 

잘 엮으면 일거양득을 취할 수 있는 일정이다. 숲 이름이 아홉산 숲이다. 아홉산은 골짜기 아홉을 품고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흔치않은 순우리말 지명이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기억 속 지명이 떠올랐다. 좋은 인연 같은 이번 여정은 그렇게 순탄하게 시작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전날 오후에 발생한 해운대구 운봉산 산불이 헬기 18대를 투입하고도 진화에 성공하지 못한 채, 아홉산이 있는 기장군으로 불길이 향하고 있다고 했다. 밤사이 산불 진화는 중단되었고 더 이상의 뉴스는 전해지지 않았다. 지난 3일 새벽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길은 그렇게 근심 한 뭉텅이와 함께 했다.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아홉산 숲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피해가 없으며, 정상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숲에 무슨 전화며 입장을 운운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곳은 남평 문씨 일가에서 400년 가까이 가꾸고 지켜온 사유지다. 그래서 입장료가 있고, 입장료를 받는 사무실도 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영화를 통해서이다. 2014년 개봉한 하정우 주연의 ‘군도’와 2015년 최민식 주연의 ‘대호’에 나오는 대나무 숲이 이곳이다. 그동안 여러 대나무 숲을 보았지만 그냥 울창하다고만 말하기엔, 잘 솎아진 씨알 굵은 대나무만 쭉쭉 뻗어져 뭐가 다른 정제된 대나무 정원을 보는 듯 했다. 

그렇다고 영화의 장면에 상상의 날개를 더해 어마어마한 걸 기대하면 곤란하다. 숲이 자리한 아홉산은 해발 361m의 나지막한 동네 야산 크기에 불과하다. 단 오랜 시간 깃들어 있는 지극한 정성이 있을 뿐. 

1960~1970년대에는 동래지역 식당 잔반을 얻어와 뿌리고, 어느 때는 분료차를 불러들여 인분으로 비료를 대신하기도 했다. 이런 정성이 쌓이고 쌓여 수백 년 된 금강송도 곱게 뻗어 있다. 이 외에도 팽나무, 비목나무, 전나무, 산벚나무 등이 있다. 

숲 입구에는 관미헌이라는 아홉산 산주 일가의 고택이 있다. ‘고사리조차도 귀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영남지역의 전통적 ㄱ자형 한옥으로 이 산의 나무로만 지어졌다. 이 한옥의 뜰에는 1920년대 장가들면서 처가로 신행을 다녀오다 얻어온 은행 열매로 싹을 틔었다는 은행나무가 어느 덧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

아홉산 숲은 2004년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됐다. 2016년에는 수령 400년 이상의 수목 11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됐다. 2018년 ‘산의날’ 행사에서 세대를 이어 산림복지에 기여한 공이 인정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았다.

이어 발길을 옮긴 곳은 8km 남짓 떨어진 같은 기장지역 안적사(安寂寺). 생소할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다. 하지만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호젓한 산사의 정취가 묻어나는 천년고찰이다. 제14교구본사 범어사의 말사로 앵림산에 자리잡고 있는데, 아홉산 만큼 지명이 독특하다. 이는 안적사 창건과 관계가 있다. 신라시대 원효스님과 의상스님이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정진하던 시절, 이곳 동해가 훤히 바라보이는 장산을 지날 때 숲속에서 난데없는 꾀꼬리 무리가 날아와 스님들의 앞을 막았다하여 앵림산(鶯林山)이 되었고, 이때 원효스님이 안적사를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안적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지금의 가람을 앉히기에는 공간이 부족했는지 쌓아올린 석축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원통문을 지나고 계단 길을 올라 사찰 중심영역에 서니 단정하고 짜임새 있는 전각배치가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예부터 기장현의 4대 명찰로 기록되어 왔다. 조선 임진왜란 당시 소실된 것을 범어사 묘준스님이 중창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법당과 삼성각만 남게 되었다. 이후 현재의 주지 법안스님의 은사인 덕명스님이 각고의 노력으로 1973년부터 20여년에 걸쳐 가람을 일신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다행히 조선후기에 조성된 지장시왕도와 아미타극락회상도는 온전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천년고찰이라 하면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큰 사찰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전국 방방곡곡에는 천년 숨결 간직한 아기자기한 사찰들이 남아있다. 그 산사 도량에 깃든 수많은 이들의 원력과 은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천왕문 안에서 바라본 삼층석탑과 법당.
석축위 아름드리 소나무와 사천왕문이 조화롭다.
안적사로 오르다보면 일주문을 지나기 전 원통문을 먼저 만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적사 전경.

[불교신문3480호/2019년4월17일자]

부산=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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