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손으로 만지시니, 낱낱 꽃 속에서 부처님의 몸이 나타났다.     - <화수경> 중에서


마명보살이 연꽃을 부처님께 바치니 부처님은 이 꽃을 미륵에게 주고 미륵은 여러 보살에게 주었으며, 보살들이 이 꽃을 시방무량세계에 흩으려 하자 부처님께서 이 꽃을 다시 만지시니 그 낱낱의 꽃 속에 부처님이 나타났다. 

봄에는 꽃을 보자. 기왕이면 쪼그려 앉아 정겹게 보자. 꽃 속에서 누군가 그대의 이름을 불러줄 테다. 그대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면 된다. 따듯한 눈길만 주면 된다.

길을 가다 봄꽃을 보면 반가운 얼굴을 만나듯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을 더듬는다. 매화는 향기가 일품이다. 꽃잔디는 흰색, 자주색이 어우러져 길가에 핀다. 들이나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순박한 꽃이 민들레다. 언덕배기 올망졸망 키 작은 파랑색은 봄까치꽃이다. 여리디 여려 바람에 날아갈 듯한 몸매의 바람꽃도 있었다. 

‘당신을 따르겠다’는 꽃말을 지닌 ‘금낭화’ 쯤 되면 순박한 한국의 여인상이다. 찔레꽃은 만지면 꽃잎이 낱낱이 흩어져버려 애처로움이 서렸다. 명자꽃은 촌스러운 이름 탓에 부끄럼 많은 소녀다. 봄이니 꽃같은 이름 하나 같이 떠올린들 죄가 될 리는 없다.

[불교신문3480호/2019년4월17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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