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만난 뒤 다음 수순은? 
남북정상 다시 만날 가능성 많아

美蘇 냉전해소도 실패 딛고 성사
서로 이견 좁혀가는 시간의 문제 
남북미 3자 좋은 인연 잇길 기대

불자들에게 인연은 더욱 소중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해 생겼다가 인연에 의해 사라지기도 한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처음으로 연을 맺은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마치 오백생을 살아온 둘이서 천생을 함께할 것 같은 연분(天生緣分)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열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생멸인연(生滅因緣)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했다. 

내적이고 직접적인 인(因)과 외적이고 간적접인 연(緣)이라는 원인에 의해 생멸(生滅)이 이루어지며 이것을 생멸인연이라고 한다. 즉 마음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두 정상 중에 누군가의 생겼던 마음이 사라진 것으로 보이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합의문 채택 없이 막을 내린 것이다. 현대사에서 이러한 전례가 없었다. 흔히 1986년 10월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레이캬비크 미소(러시아)정상회담에서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쵸프 서기장의 실패한 정상회담을 유사한 예로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합의문도 없이 헤어진 회담과 합의문이 만들어졌는데도 서명하지 않고 결렬된 하노이 회담은 차이가 크다.

또한 당시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쵸프 서기장은 냉전을 넘어 변화하는 첫 시기에 한 번 만나본 회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은 무려 30년 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난 해묵은 과제를 푸는 것이며 양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이었고, 합의문까지 마련되어 서명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래서 전문가들 대부분은 진일보한 합의문이 나올 것을 기대했고 무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 날 확대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오찬은 취소됐고, 결국 회담은 결렬되었다. 당시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은 미국의 더 강력한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과도한 제재해제 요구가 부딪힌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의 이해관계인 뮬러특검이 미치는 영향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비공개 확대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은 그동안 의제가 아니었던 새로운 추가 핵시설에 대한 비핵화 요구를 꺼내놓은 것이다. 북한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이러한 새 제안이 합의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게 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을 노딜(no deal)로 가져가기 위해 그처럼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나 이번 주에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 다음 수순은 남북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한반도 문제의 분수령이 된다.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냉전기 미소(美蘇)는 1986년 10월의 실패를 딛고 1987년 12월 워싱턴회담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들은 이를 ‘86년 실패가 준 선물’이라고 불렀다. 실패한 회담이었지만 모든 의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았던 것이 큰 성과로 작용한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가지는 성과가 바로 이것이다. 

이제 미국과 북한은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은 카드를 잘 알고 있다. 서로의 이견을 좁혀나가는 것이 관건이며 결국 시간문제이다. 아마도 사라졌던 마음이 다시 생길 수 있는 ‘생멸인연’으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미 3자의 좋은 인연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480호/2019년4월17일자]

진희관 논설위원·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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