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절로 우리절] <16> 서울 향운사
[절로절로 우리절] <16> 서울 향운사
  • 엄태규 기자
  • 승인 2019.04.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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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는 정진속에서 ‘자비충만 도량’으로 변모”
향운사 대웅전은 신도들이 편히 앉아 법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입식 법당으로 조성했다. 사진은 지난 7일 향운사 일요법회에 동참한 신도들의 모습.

도반 명조스님과 지상스님
아름다운 인연 간직한 사찰
지난 1월 불사 마무리하며
전법과 포교향한 새 출발

불교명상의 대중화 위해
치유명상 프로그램 운영
부처님 나라 네팔 어린이
지원하는 자비실천 매진

서울 향운사는 북한산 자락, 4‧19 민주묘지 인근에 위치한 사찰이다. 규모가 작은 사찰이지만 도반으로 함께 했던 두 비구니 스님의 아름다운 인연을 간직하고 있는 넉넉한 사찰이기도 하다. 향운사는 심장병으로 투병했던 명조스님과 도반을 곁에서 간호하며 보살폈던 지상스님의 인연을 품고 있는 사찰이다. 명조스님과 지상스님은 1988년 동학사승가대학에서 도반으로 만났다.

명조스님은 향운사에서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자비 정신을 실천해왔다. 향운사 전 주지였던 명조스님이 지병인 심장병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지상스님은 도반을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사찰을 이끌어왔다. 지난 2009년 6월에는 두 스님이 함께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인 ‘한국자비공덕회’를 창립해 부처님 나라 네팔 어린이들을 돕는 자비행 실천에도 매진해왔다. 10여 년 넘게 지상스님의 지극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명조스님이 지난 2016년 안타깝게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입적했다. 명조스님 입적 이후 지상스님은 향운사 주지를 맡아 도반의 뜻을 지키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향운사는 현대사회에 변화에 맞는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9월 신도들과 함께 새롭게 불사를 시작했다. 현대에 맞는 전법과 포교를 하기 위해, 앞으로 오랫동안 부처님 가르침이 이어지는 도량을 만들기 위해서 신도들과 함께 원력을 세웠다. 도반 명조스님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신도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주지 지상스님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불사에 매진했다. 그렇게 1년 3개월 만인 지난 1월19일 부처님 가르침을 새롭게 펼 도량이 완성됐다.

불사가 마무리되면서 향운사는 총 면적 509.09㎡(154평)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사격을 일신했다. 무엇보다 이번 불사는 신도들과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향운사를 만들겠다는 점에 중점을 뒀다. 신축 불사 역시 여기에 무게를 두고 진행했다. 한 치 소홀함이 없도록 설계부터 시공까지 주지 지상스님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손수 챙겼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나이 많은 불자들이 불편함 없이 장시간 법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웅전을 입식 법당으로 꾸몄다는 점이다. 교회나 성당 등 이웃종교 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의자를 법당에 구비했다. 신경통과 관절염으로 무릎이나 허리가 좋지 않아 오랫동안 앉아 있기 힘든 신도들을 위한 지상스님의 배려였다. 불자들의 고령화로 신도들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불교계 현실을 반영해 신도들이 편안하게 법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변화를 택한 것이다. 물론 신도들의 반응도 좋다. 매주 일요일 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불자들은 의자에 앉아 기도를 올리고 예불에 동참한다.

예전처럼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리고 싶은 신도들을 위해 법당 한 편에는 좌복도 배치했다. 원하는 대로 법회에 동참하고 신행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도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법회 후 신도들이 찾는 공양간 역시 식탁과 의자를 비치해 입식형 공양간으로 꾸몄다. 공양시간이 아닐 때는 신도들이 언제든지 찾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불사를 마무리하면서 향운사는 전법과 포교를 위한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최근에는 명상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마음 평온과 몸건강을 위한 치유명상’ 프로그램도 개설해 주지 지상스님이 직접 지도하고 있다. 명상을 통한 치유에 집중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명상과 운동과 결합한 호흡명상으로 진행된다. 불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간화선이나 참선보다는 명상을 통해 쉽게 사찰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생각에서다. 치유명상은 오는 6월29일까지 진행된다. 

한국자비공덕회가 후원하고 있는 네팔 버드러컬리 학교 인근 마을 아이들,

치유명상이 수행을 통한 포교라면 네팔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일은 자비행을 통한 포교다. 명조스님과 지상스님이 지난 2009년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모토로 내걸고 설립한 한국자비공덕회는 해마다 네팔 어린이들을 도우며 자비행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자비공덕회 설립 이후 신도들에게 하루 5분이라도 남을 위해 기도하고 보시할 것을 당부했고, 십시일반 작은 정성이 불어나 네팔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을 시작했다.

지난 2009년 6월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 12명에게 학비를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10개 학교에 200명 아이들의 학비를 지원하며 꿈과 희망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네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행복자전거’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도 모금을 통해 자전거와 컴퓨터를 구입해 오는 11월 네팔을 찾아 온정을 전할 계획이다.

신도수가 많지 않지만 묵묵히 전법과 포교의 길을 걷고 있는 향운사. 주지 지상스님은 어려운 여건에서 불사를 마치고 네팔 어린이들을 위한 자비행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을 수행과 기도의 힘으로 꼽았다. 지상스님은 “불자들이 줄어들고 포교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스님들이 수행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흐트러짐 없이 기도 정진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님이 올곧게 사는 모습만 보여도…”
■ 향운사 주지 지상스님

“부처님 법이 그치지 않고 앞으로 이곳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번 불사를 통해 불법(佛法)이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씨앗을 심었다고 생각합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땅에 불법이 전해질 수 있는 도량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7일 만난 서울 향운사 주지 지상스님<사진>은 불사를 마무리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넉넉하지 않은 절 살림이지만 불사를 마무리할 수 있던 것은 십시일반 향운사를 위해 보시를 아끼지 않았던 신도들과 한국자비공덕회 회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검소하고 소박하게 생활하면서도 항상 수행자의 위의를 잃지 않고 정진해 온 명조스님과 지상스님을 지켜본 이들은 사찰을 위한 일에는 보시를 아끼지 않았다. 넉넉하지 않은 절 살림에 막막하기만 한 불사였지만 하지만 수행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정진하다보니 신도들은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탰다.

1년 넘도록 진행된 불사 기간 동안 지상스님은 부처님 법이 끊이지 않고 전해질 수 있는 수행처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불사에 매진했다. 정성어린 불사금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지상스님은 일일이 불사를 손수 챙길 수밖에 없었다.

지상스님은 “처음에는 과연 불사가 가능할까 고민도 많았다. 불사를 하면서 스님들이 부처님 법대로 살면 굶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스님들이 올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신도들은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릴 것이다. 돌아보면 도반 명조스님과 함께 살았던 것이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불사를 시작할 때 현대사회 변화에 맞는 사찰을 만들고 싶었다. 재나 기도 중심의 신행문화를 바꿔갈 수 있는 사찰, 누구나 마음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사찰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불사를 통해 향운사에 새로운 씨앗을 심은 만큼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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