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고 싶다면 죽음을 자주 생각하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죽음을 자주 생각하라"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04.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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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

달라이 라마 지음 제프리 홉킨스 편역 이종복 옮김 담앤북스

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

달라이 라마 지음 제프리 홉킨스 편역 이종복 옮김
담앤북스

‘죽음’은 무거운 단어다. 그래서 입에 올리기 싫다. 그래도 언젠가 한번은 죽어야 한다. 남보다 늦게 죽더라도 반드시 죽어야 한다. 한편 죽음은 삶의 소멸이기도 하지만 삶의 완성이기도 하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결국 언젠가는 아니 언제든 죽는다는 분명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만, 더욱 값지고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달라이 라마가 전하는
죽음의 특징과 과정
“막연한 두려움 버리고
삶을 더욱 충실하게”

<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의 교훈도 이와 비슷한 결을 갖는다. 티베트의 지도자이자 세계적 불교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의 ‘죽음학(學)’ 개론서라 하겠다. “지금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늙어 가는 것과 죽음이 삶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에게만은 절대 죽음이 오지 않으리라고 믿는 것은 더 많은 탐욕과 문젯거리만 만들 뿐이다. 이러한 불가능한 일에 대한 믿음은 다른 이들을 해치기까지 한다(56~57페이지).” 평화로운 죽음의 열쇠는, 오직 죽음을 후련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격려다.

<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는 세계적인 불교지도자의 ‘죽음학(學)’ 개론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는 자각이 세상을 향한 자비심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죽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그 어디에도 있지 않으리./하늘에도 있지 않으며, 바다에도 있지 않네./산속에 숨는다 해도 소용없으리.” 책은 부처님의 게송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렇듯 죽음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발생할 수 있다. “죽음이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죽음이 실제로 다가올 때 그 상황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54페이지).” 달라이 라마는 ‘무상(無常)에 대한 끊임없는 사색’이 죽음의 두려움에 대한 해법이 된다고 가르친다. 재산도 명예도 죽음 앞에서는 거품과 같음을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며, 삶에 대해 집착할수록 더 비참하고 통탄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는 걸 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하지 않는 죽음은 재난이다. ‘나는 죽지 않을 거야. 죽더라도 나중에 죽을 거야’라는 착각과 오만이 사람을 구제불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달라이 라마는 이에 확실하고 냉혹한 사실로 불난 생각을 바로잡는다. “몸은 당신을 배신한다. 맛있는 음식, 좋은 옷, 돈, 잠잘 곳, 약 심지어 나쁜 행동으로 잘 키워 놓은 몸뚱이는 결국 당신을 배신하게 되어 있다"고 경고한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죽음을 자주 생각하라는 것이다.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는 유명하다. 티베트에서는 스님들이 임종을 맞은 이에게 이걸 귓속말로 들려주며 영원한 안식을 돕는다. 사후세계인 중음도(中陰道)에서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일러주며 좋은 곳에서 환생할 수 있는 방법도 담겼다. 티베트 사람들이 날마다 죽음에 대해 명상할 때 읽는 시도 있다. 제1대 빤첸 라마(달라이 라마에 이은 티베트의 2인자)가 지은 <중음도의 위험한 곤경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기원문, 두려움에서 해방된 영웅>. <사자의 서> 요약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자의 서>보다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죽음의 단계와 그에 따른 대응수칙을 다루고 있다.

<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는 이 시의 17개 연(聯)에 대한 해설이다. 무엇보다 “흙 불 물 공기에 의해 이루어진 몸이 점점 무너져 내릴 때, 몸의 기운이 쇠퇴하고 입과 코가 마르고 주름 잡힐 때, 온기가 점차 사라지고 숨이 가빠지고 시끄러운 소음이 들릴 때…” 죽음의 여러 진행과정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돋보이는 책이다. 죽음에 대해 말해주기에 그치지 않고 죽음을 진짜로 ‘보여준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그림을 그리듯 감각화, 이미지화해 풀어내는 기술이 훌륭하다. 

어쩌면 삶에 집착하는 것만큼이나 죽음에 집착하는 것도 병이다. 쉽게 생각하면 잘 살다가 잘 죽으면 그만이다. 다만, 자신이 유한한 존재임을 깨달을 때 세상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리하여 세상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죽음을 어떻게 대면할지 차분하게 사유할 수 있다. “죽음이 언제든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평화롭고 잘 다듬어진 마음을 갖게 한다. 또한 덕이 높은 마음을 개발하도록 돕는다(120페이지).” 선하게 살려면,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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