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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노부부의 눈에 비친 눈물겹게 따뜻한 세상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이찬재 그림 안경자 글 수오서재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이찬재 그림 안경자 글
수오서재

‘금(琴)’과 ‘슬(瑟)’은 고대 중국의 악기다. 둘 다 거문고의 일종인데, 연주를 할 때마다 둘은 꼭 붙어 다녔다. 금과 슬이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운 음악이 나왔다. 그래서 원만한 부부관계를 가리키는 비유로 쓰이게 됐다. 곧 금슬이 좋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금과 슬처럼 부부가 하나가 되어 같은 일을 하는 것이겠다. 

손자들 위한 응원이
‘어른아이’들에 보내는
희망의 ‘그림편지’로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는 노부부의 합작품이다. 아내는 글을 쓰고 남편은 그림을 그렸다. 1942년생 동갑내기로 오랫동안 부부교사로 일하다가 나이 마흔에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다. 이역만리에서 의류사업을 하며 열심히 살던 중 4년 전 외손자들이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금쪽같은 아이들이 떠난 허전함을 달래려고 께적거린 글과 그림을 온라인 공간에  올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은 웬일인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미국의 NBC 영국의 BBC에도 소개됐다. 전 세계 35만 구독자들에게서 감동을 자아낸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인생의 황혼기에 바라보는 또는 돌아보는 세상이다. 따뜻하고 담백한 할아버지의 수채화와 할머니의 수상록이 적절하게 어울렸다. 이 세상 모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처럼, 구절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절절하게 나타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들이 부디 다치지 않고 인생을 간절히 건너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너희가 커서 때때로 할아버지를 생각하게 될 때 난 이 세상에 없겠지만 너희를 위해 이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너희가 어른이 되어 이곳에 오게 되면 분명 나처럼 생명의 소중함을 뼈아프게 느끼게 되겠지. 삶은 비록 취약하지만 예측하지 못하기에 그토록 신비한 것. 자연이 조용히 내게 속삭인다(93페이지).”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불자 노부부의 따뜻한 글과 그림을 엮은 책이다. 경기도 부천 자택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이찬재(오른쪽) 안경자 부부. 불교신문 자료사진

재주보다는 연륜이 어울릴 나이들이다.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삶의 말년을 벼락스타로 만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마주할 날이 그리 많지 않은 세상에 대한 연민과 자비에도 눈길이 간다. 흘러가는 구름에서 지나가는 시간을 발견하고, 우연히 마주친 노인에게서 지나버린 세월을 안타까워한다. 짤막한 글과 소박한 그림은 불안하고 막막한 세상이지만, 한 걸음 더 내딛어보라는 응원으로 충만하다. ‘늙음’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찬재 할아버지와 안경자 할머니는 독실한 불자이기도 하다. 안 씨는 타향살이를 하기 전까지 지금의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여고인 명성여고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했다. 이찬재 할아버지도 불교와 인연이 깊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 씨는 선정(禪定), 안 씨는 보현화(普賢華)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는 불교를 대하는 시선이 남다르다. “어느 스님의 고무신, 뒤꿈치를 꿰맸으니 아직도 한참 신을 듯하구나. 실로 꿰맨 흰 고무신을 보니 반갑기도, 슬프기도 하다. 내가 오늘 쓴 것들, 혹여 쓰지 않아도 되었던 것들, 나도 모르게 낭비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28페이지).”

2017년 딸의 두 아들들의 부름에 노부부는 36년 만에 귀국했다. 여든을 앞뒀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 사는 수많은 ‘손자 손녀’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갈라파고스의 별들은 인생을 가르쳐준다. (중략) 산다는 것이 힘들고, 괴롭고, 피곤한 것의 연속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제 돌아보니 아름다웠더라. 할아버지는 여태 그걸 몰랐는데 별들이 가르쳐주었어(83페이지).” 금슬이 좋다는 것은 연주가 좋다는 것이고 화음이 좋다는 것이다. 몇 번 정도의 계절이 남았을지는 알 수 없으나, 함께 만들어가는 인생의 선율이 기대된다.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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