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생요집

겐신 지음 김성순 옮김 불광출판사

 

왕생요집

겐신 지음 김성순 옮김
불광출판사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1616)는 일본인들의 영웅이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군대를 격파하고 열도의 주인이 됐다. 죽임을 업으로 삼는 군인은 그 자신도 죽음의 표적이 되기 쉽다. 누구보다 가까운 죽음이 더 두렵게 마련이다. 더구나 끔찍하게 찢겨죽을 확률이 높은 만큼, 저승에서나마 몸 성하고 편히 쉬고 싶다. 천하의 호걸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철저히 약자다. 도쿠가와 군대의 깃발에는 ‘염리예토(厭離穢土) 흔구정토(欣求淨土)’라는 글귀가 쓰였다. ‘더럽혀진 세상을 떠나 이상적인 극락으로 가고 싶다’는 뜻이다. 바로 <왕생요집(往生要集)>에 나오는 구절을 따온 것이다.

극락왕생 위해 읊는
염불의 의미 집대성
일본사회에 큰 영향...
국내 최초 완역본

<왕생요집>은 염불의 중요성과 극락의 특징에 관해 서술한 책이다. 사진은 왕생요집의 영향을 받아 그려진 아미타성중래영도    사진제공=불광출판사

왕생요집은 일본의 근세 고승이었던 겐신(源信, 942~1017)이 극락에 가는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적어놓은 책이다. 죽어서 지옥을 피하고 극락에 가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열심히 염불하면,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전체 구성은 10개의 장으로 나뉜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인 등 육도(六道)를 설명한 염리예토(厭離穢土) △극락정토의 십락(十樂)을 설명한 흔구정토(欣求淨土) △극락왕생의 증거를 제시하는 극락증거(極樂證據) △정토왕생의 길을 밝힌 정수염불(正修念佛) △염불수행의 방법을 나열한 조념방법(助念方法) △임종 시의 염불에 관한 별시염불(別時念佛) △염불의 공덕을 서술한 염불이익(念佛利益) △염불의 선업을 서술한 염불증거(念佛證據) △염불의 포용성을 주제로 한 왕생제업(往生諸業) △의심나는 부분을 문답 형식으로 다시 풀어주는 문답요간(問答料簡). 책은 극락왕생을 목표로 하는 동아시아 정토신앙의 원점(原點)이다. 일본 정토교의 기초가 이 책으로 완성됐다는 평가가 많다.

저자인 겐신은 일본 헤이안 시대 말기에 활동한 스님이다. 겐신은 교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수행을 통해 구도의 길을 밝히는 아미타왕생신앙을 실천에 옮겼다. 그가 44세 되던 해인 서기 985년에 정토 사상과 관련된 중국 한국 일본의 경전문헌을 모아 <왕생요집>을 저술했다. 책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앞서 밝힌 도쿠가와의 사례도 왕생요집이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본불교사도 달라졌다. 책이 나온 바로 이듬해에 25인 스님이 염불결사를 일으키고 왕생요집을 소의경전으로 삼았다. 또한 호넨(法然) 스님이 이 책을 읽고 정토종(淨土宗)을 창종했다. 그의 제자인 신란(親鸞)이 만든 정토진종은 오늘날 일본불교 최대종파로 자리했다. 2017년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열렸던 ‘겐신전(展)’에는 ‘지옥도’ ‘아미타성중래영도’ 등 왕생요집을 모티브로 창작된 수많은 국보들이 전시됐다.

한편 이번에 발간된 왕생요집은 국내 최초 완역본이다. 역자인 김성순 씨는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염불결사의 연구:천태교단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극락왕생을 위한 가르침과 수행이라는 것은, 탁세ㆍ말법 시대의 사람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눈과 발이다. 출가자와 재가자, 귀하고 천한 자, 뉘라서 귀의하지 않겠는가.” 겐신의 말대로 평안한 죽음과 이번보다 나은 내생에 대한 갈구는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크다. 더욱이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교가 현실과는 무관하게 현학적으로 흐를 때마다 어김없이 정토신앙이 성행했다.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해 한마음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염불)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유혹은 절망스런 민초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비단 죽어서가 아니라 삶 속에서 극락을 보고 싶다면, 왕생요집을 따라 진지하게 염불에 다가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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