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구 “타종단 군승 진입 관련 결정된 사항 없다”

군종법사 선발 시 특정종단만 대상으로 하는 관행을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대해 최근 국방부가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군종법사 파송 주체인 군종특별교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인권위 권고 결정에 대해 90일 이내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일 뿐, 타 종단 군승 진입에 관한 그 어떤 사항도 국방부에서 결정된 바가 없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인권위 권고 수용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조계종 종헌종법에 의거해 50여 년 동안 군승을 파송해온 종단의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4월2일 ‘군종법사 특정 종단만 선발하는 관행 개선권고’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최근 국방부는 타 종단 신청이 있을 경우 ‘군종장교운영심사위원회’에서 종단 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인권위 권고를 반영해 전향적으로 심의하겠다며 올해 2월22일 권고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를 받은 90일 이내 이행계획을 통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인권위 보도자료 배포 직후, 각종 매체에서 “51년 만에 ‘군종법사=조계종’ 관행 깨진다”, “조계종만 뽑던 군종법사 다른 종단에도 개방”, “국방부, 조계종 외 다른 종단에서도 군종법사 뽑는다”, “조계종 외 종단서도 군종법사 가능” 등 타 종단의 군승 진입이 최종 결정된 듯 한 보도를 내놨다.

해당 사안에 대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군종특별교구는 4월4일 군종교구 육·해·공군 군승 명의로 ‘타종단의 군승 진입 관련한 결정된 사항은 없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해당 보도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군종특별교구는 “‘국방부, 타 종단에서도 군종법사 뽑는다’ 등의 기사는 해당기관(국방부)이 아직까지 어떠한 내용도 결정한바 없음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며 “국방부 해당부서인 군종정책과가 이 안건에 관한 논의 계획이 잡혀있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타 종단 불교군종장교 파송문제에 대해 국방부와 계속해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종단 입장을 갖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군종교구 측의 입장 포명에도 불교계 내부에서 해당 사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헌종법에 따라 선발된 군승과 군 사찰을 관리하는 종단 고유 체계를 고려했다면 “독단적으로 답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국방부가 내놨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앙종회의원 정범스님은 “해당 사안은 국방부와 한국불교 대표 종단간의 근본적인 약속을 사실혼과 타종단 승적을 편법으로 취득한 것을 인정하라는 매우 부당한 내용”이라며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종단의 군법사 파견 건 또한 별개 사안임에도 함께 논의 되는 것에 유감이다”고 밝혔다. 이어 “10여 년 전 원불교의 군 성직자 파견에 이어서 새로운 불교의 영역으로 군법사가 파견되는 것은 적극 환영하는 결의를 2009년에 종단 특위에서 결정한 바가 있다. (관련 현안에 대해) 국방부가 먼저 대책을 마련하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종단 종헌 개정으로 군종장교의 혼인을 금지했음에도, 2011년 결혼했다. 종헌 개정 후 결혼을 한 사실을 알게 된 종단은 “군 성직자 자격 박탈 및 현역 복무 부적합으로 전역 처리해 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종단 요청을 받은 국방부는 군종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역 복무 부적합 결정을 내리고 전역 조치했다.

그러나 이 군승은 종단 군종장교 제도 원칙과 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 심지어 조계종으로부터 승려 자격 박탈 처분을 받은 뒤 곧바로 대처 종단(태고종) 승적을 취득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조계종만이 군종장교 파송 권한을 갖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리고 국방부에 시정을 권고했고, 국방부는 최근 권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와 유사 사례로 군승으로 복무하다 결혼해 승려 자격 박탈 처분을 받은 B씨는 종헌이 개정되던 2009년 이전 사실혼 관계였음이 인정돼, 국방부를 상대로 낸 장교 현역복무부적합자 전역처분 취소청구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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