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비구니스님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한다. 上 제도적 측면

전국비구니회장 등 집행부
비구니회 종법화 고군분투
총무원장스님도 거듭 약속

성사 까지는 고비 첩첩산중
비구니들 단합과 의지 중요

비구니스님들의 종단 내 권한을 강화하고 위상을 재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전국비구니회를 중심으로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하다. 전국비구니회는 비구니스님들의 구심이다. 전국비구니회는 강남 수서에 회관을 갖고 있으며 원로회를 정점으로 기획실, 총무부 사회부 문화부 재무부 등 8개 부서와 운영위원회, 각 지회 등을 거느린 총무원에 버금가는 조직이다. 비구니 중앙종회 의원 10명도 전국비구니회가 자체적으로 선출한다. 종단 선거법 제76조 ‘비구니 중앙종회의원의 결정’ 조항은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후보자는 전국비구니대표단체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회)로부터 추천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여야한다’고 규정한다. 전국비구니회의 존재를 종단 차원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법 조문이다.

비구니스님 위상 강화 움직임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전국비구니회는 그러나 임의 단체다. 선거법 제76조를 제외하면 종법에 전국비구니회는 없다. 이에따라 비구니 스님들은 전국비구니회의 종법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육문스님이 회장으로 있는 현 집행부는 이를 주요 과제로 삼아 다양한 방법으로 종법화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 총무원장스님도 공약집에 올리고 올해 신년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여러 차례 이행을 약속했다. 전국비구니회는 지난해 창립 50주년 행사를 치르면서 비구니스님들의 몇 가지 숙원 사업을 목표로 내세웠다. 전국비구니회의 종법기구화와 명사법계 품서가 대표적 목표였다. 이 중 명사 법계 품수는 이루어졌다. 명사는 비구스님의 대종사에 해당하는 최고법계다. 지난해 11명의 비구니 스님이 12년 만에 명사법계를 품서 받았다. 2007년 종단 사상 처음으로 혜운스님, 광우스님, 묘엄스님, 지원스님, 명성스님, 정훈스님, 정화스님 등 7명 비구니 스님에게 명사 법계를 품서 한 이후 11년 만에 비구니 명사 11명이 새로 탄생했다. 명사 법계 품서식은 지난 3월15일 열렸다. 명사법계 품서는 현재 전국비구니회를 이끄는 육문스님 회장 집행부의 오랜 노력 결과다. 전국비구니회는 “비구니 명사 법계 품수는 전국비구니회 제11대 회장단이 출범부터 3년간의 노력으로 맺어진 결과”라고 평했다.

지난해 명사법계 품서에 이어 올해 부터는 전국비구니회의 종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1월에는 경주에서 워크숍을 열고 변호사로부터 법적 제도적 조언을 들었다. 총무원장스님과 집행부도 여러 차례 이행을 약속했다. 총무원장스님은 1월1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출가 이부중이 교육과 수행을 균등히 하고 역할을 분담하자는 게 평소 지론”이라며 “비구니 스님들이 활발하게 종단의 모든 분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종법기구화는 중앙종회와 상의해야 하고, 비구니회의 의견도 중요하다. 가시적으로 구체화 될 수 있도록 방법을 상의하고 있다. 멀지 않은 시기에 결정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총무원장스님은 1월17일 전국비구니회 회장스님을 비롯한 집행부 스님들이 예방한 자리에서도 “전국비구니회를 종법기구화 하는데 종회의 스님들과 논의 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비구니회의 종법기구화에 대해 집행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총무부장스님도 올해 불교신문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총무원장 스님의 핵심 선거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전국비구니회의 종법기구화도 올해 안에 구체화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비구니 종회의원들 질의 활발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이번 임시 중앙종회에서는 비구니 종회의원스님들이 앞장서 종법화 물꼬를 트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3월26일 개회한 제214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종회의원 정운스님(보령 세원사)은 비구니 스님의 권한 강화와 관련한 종책 질의를 해 집행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정운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때 마다 ‘비구니 특별교구’ 설립, ‘비구니부’ 신설, ‘전국비구니회 종법기구화’ 등 비구니 권익 향상을 위한 공약이 늘 나왔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아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번 제 36대 총무원에서는 반드시 그 공약이 지켜지기를 바란다”며 이행을 촉구했다.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이 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종책 자료집과 올해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밝힌 내용 등을 언급하며 “총무원장스님은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종책 자료집에서 ◇ 전국비구니회를 종법기구화하고 ◇ 전국비구니회와 협의하여 비구니특별교구를 설립. 비구니스님의 권리와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 하겠다는 공약을 했다.”며 “총무원장스님은 신년기자 간담회를 통해 전국비구니회를 종법 기구화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총무부는 어떤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준비하고 있다면 전국비구니회의 의견을 수렴했는지, 상호의견을 조율했는지, 둘째 종단의 모든 분야에 비구니 스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고 했는데, 참여를 보장하는 분야와 역할의 정도, 그리고 이를 제도화할 방법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라며 물었다. 이에 대해 총무부는 배포한 답변서를 통해 “총무원장스님의 공약 및 신년기자회견을 통하여 말씀 드린 대로 제36대 집행부는 비구니스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 시작으로 전국비구니회를 종법기구화 하여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제도화 방안 추진 시 전국비구니회 및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여 전국비구니회 종법 기구화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전국비구니회 임원진 스님들과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필요한 조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전국비구니회의 종법화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 까? 전국비구니회 종법화는 비구니회의 종단 공식 기구화 차원을 넘어 비구니스님들의 위상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전국비구니회는 종단 조직과 같은 체계를 갖추고 있다. 원로회를 정점으로 의결기구인 총회와 집행부, 운영위원회, 지방 조직 등을 갖추고 있으며 보문종을 비롯한 종단 비구니 사미니스님들이 대부분 가입해있다. 또한 비구니스님들의 의료 등 복지 대책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종단 비구니 승단의 총 집합체다. 지난해 50주년 행사에 대통령 영부인이 참석한 것도 전국비구니회가 갖는 위상과 역할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비구니회가 종단의 공식 기구화 되면 공신력도 강화되고 위상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제214회 임시중앙종회에서 비구니종회의원스님이 전국비구니회의 종법화와 관련한 집행부 대책을 질의하는 모습.

실행 가능성은 불투명

이러한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비구스님들이 대다수인 종회가 종법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설령 종회 관문을 통과한다 해도 보수적 성향의 원로회의가 인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종단 내 평이다. 한 비구니스님은 “늘 그랬듯이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비구니스님은 “총무부 답변을 보면 알 수 있다. 구체적 실천 방안 없이 마지못해 답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비구니스님들 사이에서도 종법화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전국적 조직을 갖추고 종회의원 선출 등 필요한 권리는 모두 행사하는데 종단 공식 기구화 되면 권리 보다 제약이나 간섭만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법제분과위에 소속된 한 비구 종회의원스님은 “전국비구니회에는 보문종과 선학원 스님들도 들어가 사실상 비구니 교단의 위상과 역할을 갖고 있지만 종법화가 되면 보문종 선학원 가입이 불가능하고 그러면 조직이 더 줄어들지 모르는데 종법화 해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국비구니회 종법화는 결국 비구니스님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단합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종단 내 평이다.

종단 집행부서 좋은 활약

종회를 통한 입법은 이처럼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중앙종무기관에서는 일찌감치 비구니스님들의 참여를 폭넓게 보장해왔다. 지난 2003년 당시 총무원장 법장스님은 종단 사상 최초로 비구니스님을 문화부장에 임명했다. 이후 집행부가 바뀐 뒤에도 문화부장은 비구니스님이 맡았다. 비구니스님이 맡던 총무원 내 부서는 문화부에서 재무부로 바뀌어 현재 유승스님이 맡고 있다. 비구니스님의 부 실장 취임은 교육원 포교원 등으로 확대됐다. 현재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 재무국장 문수스님,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선나스님, 호법부 상임감찰 기원스님, 사업부 사업국장 혜철스님, 포교원 신도국장 혜안스님, 불학연구소 사무국장 서현스님, 가사원 운영국장 돈오스님 등이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종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비구니스님의 종단 집행부 진출은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부터다. 개혁회의에서 비구니스님에게 돌아가는 종회의원 수가 10명으로 늘어나는 등 비구니스님들의 종단 내 권한이 이전에 비해 대폭 강화 되고 위상도 올라갔다.

그러나 이는 비구니스님들의 종단 개혁에 헌신했기 때문에 주어진 권리였다.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을 반대하는 개혁운동이 벌어졌을 때 조계사 앞마당을 가득 채운 것은 전국에서 올라온 비구니 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었다. 학인스님들 뿐만 아니라 당시 비구니원로 중진스님들이 앞장서 개혁을 지지하고 인원을 동원했다. 이러한 기여에 힘입어 비구니 종회의원이 10명으로 확대 고정되고, 교구 직선 종회의원과 본사 주지 선거에 말사 주지 소임을 맡은 비구니스님도 선거권을 행사하는 권리가 주어졌다. 총무원 집행부 국장에 2명의 비구니스님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종단 기여도에 비해 미약한 권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제도적 차별 공고

비구니스님이 차별받는 제도는 1962년 통합종단 출범과 더불어 법제화 돼 전혀 변하지 않고 현재 까지 흘러왔다. 25개 교구 중 비구니 본사는 한 곳도 없다. 1954년 정화 이후 동화사가 비구니 본사 역할을 했지만 1년 만에 무산됐다. 상원격인 원로의원과 총무원장을 비롯한 3원장, 호계원장 중앙종회의장 등 종단 주요 대표자와 본사주지는 모두 비구승만이 맡을 수 있다. 지난 해 말 기준 종단 스님은 예비승을 합쳐 비구 사미 7천여명, 비구니 사미니 6천여명 가량이다. 비구스님이 약간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종단 내 주요 보직과 사찰은 대부분 비구스님이 맡는다.

모든 생명에 불성이 존재한다는 생명관을 가진 불교는 성별 인종 계급 등 조건을 갖고 차별하지 않는 평등 지향 종교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고등 종교 중 교리상 남녀 차별이 전혀 없는, 그래서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 등 서양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배경이 되었던 남녀 평등 불교가 한국의 조계종에서는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출가 2부중이 아닌 사실상 출가 1부중 종단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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