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백년대계본부가 추진하는 ‘백만원력결집’ 사업 윤곽이 나왔다. ‘백만원력결집’은 사부대중 100만명의 원력을 하나로 모아 종단 숙원 불사를 원만히 이뤄내자는 취지서 나왔다. 백년대계본부는 불자 1명이 하루 100원을 내면 한달에 3000여 원, 1년이면 36500원이 모인다는 취지 아래, 4월 출범하는 ‘백만원력결집위원회’를 필두로 3대 불사를 위한 대대적 모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백만원력이 투입될 3대 불사에는 조계종 스님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비롯해 육·해·공 3군 통합기지 계룡대 영외 법당, 인도 부다가야 한국 사찰 건립 등이 포함됐다.

종단 백년대계 기틀을 다질 사업 계획이 발표됐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백만원력결집’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는 “100만명이라는 숫자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건물 3개 세운다고 해서 사부대중 원력이 하나로 모아질까” 등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놨다. 초고령화에 대한 대비, 낮은 출가율을 보완할 젊은 세대를 겨냥한 군포교,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곳에 세워질 법당 등 의미야 좋지만 이미 각 사찰마다 복지ㆍ포교 등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데다 기존 절마다 불사금을 내고 있는 신도들이 느낄 피로감을 생각하면 대중 동의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감대 형성에 특히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현실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접근이 답이 될 수 있다. ‘백만원력결집’ 이면엔 수백억원이 드는 불사라도 불자 100만명의 힘이 모이면 불가능한 일 없고, 그 전에 사부대중 한 명 한 명의 원력을 모으는 과정에서 종단과 대중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변화와 혁신을 자연스레 이끌어내겠다는 취지가 숨어있다.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 ‘100만’이라는 숫자가 아닌 한국불교가 하나됨에, 소통과 화합에 방점이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를 넘어, 이웃 종교를 넘어, 사회적 변화 바람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이슈들이 추가로 논의돼야 한다. 어린이 청소년을 절 안으로 불러들이고 일자리로 고통 받는 청년 세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삶에 찌든 중장년, 생계로 고통 받는 노년의 불안을 덜 수 있는 역할을 추가로 고민해야 한다. 불교 내부로 한정된 불사, ‘저금통 동전 모으기’와 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통합종단 출범 60년, 수많은 내홍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뤄낸 불교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깊이 있고 광범위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대를 도출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불교신문3477호/2019년4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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