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 할 것이 못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 할 것 또한 못된다. 들은 것을 들었다고 다 말해버리고, 본 것을 보았다고 다 말해 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 궁지에 빠지게 된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욕설이나 비평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남의 잘못을 말하지도 않는다.”

매일 보는 수첩 한 모퉁이에 적힌 법정스님의 글 한 부분이다. ‘구시화문(口是禍門)’이니 ‘필가엄수(必加嚴守)’하라는 말은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입에서 비롯되는 말로 시작되는 것이니 우리의 입을 엄하게 지킬 것을 부처님께서도 조사 스님들도 아니 세상의 모든 성인들이 말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 아니어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말로 인해서 생겨나는 문제를 눈을 뜨면서 시작해 눈감을 때까지 하루에도 수없이 겪고 있다.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서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말, 나에게 있는 허물을 돌아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허물만을 들추는 말을 하고 살지는 않았나 돌아볼 일이다. 결국 돌아서서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잘못한 것 또한 알지 못한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 유난히 상대를 매서운 눈으로 보면서 허물을 발견하고 그 허물을 상대에게 충고라는 이름으로 쏟아버릴 때가 있다. 하지만 어설픈 충고와 비난이 섞인 충고는 오히려 독이 되어 상대는 물론 그 말을 해버린 스스로에게도 독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깊이 사유하고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하는 하는 말은 밖으로 향했다가 다시 스스로에게 돌아옴을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는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정신의 한계를 의미함을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477호/2019년4월6일자] 

주석스님 부산 대운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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