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할담비’로 인기 행진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지병수 할아버지

4월2일 만난 지병수 할아버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인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이 나이에 조금 스타가 됐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며 “열심히 노력하고 살면 인생은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예상 못한 인기에 정신없어
인생은 자기가 만드는 것
열심히 노력하고 살면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어”

“내가 미쳤어 / 정말 미쳤어 / 너무 미워서 떠나 버렸어…” 지난 3월24일 KBS1 전국노래자랑 종로구편에 출연한 한 노신사는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불러 인기상을 수상했다. 무대 위에서 그는 정확한 박자감각과 흥겨운 춤사위를 선보이며 큰 웃음을 선물했다. 그의 인기는 방송을 넘어 온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유튜브에서 그가 ‘미쳤어’를 부르는 장면이 편집된 영상은 조회수 200만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할담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봉사자 지병수(77세) 할아버지 이야기다. 최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지병수 할아버지는 4월2일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났다.

“인기요? 전혀 상상하지 못했죠.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니까 내가 이 나이에 조금 스타가 됐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전국노래자랑 출연 이후 지병수 할아버지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요즘 말로 소위 ‘인싸’가 됐다. 언론 인터뷰는 물론 지난 3월29일에는 KBS 2TV ‘연예가중계’에 출연해 그동안 꿈꿔왔던 가수 손담비와의 합동무대를 갖기도 했다.

평소 노래와 춤을 즐긴다는 지병수 할아버지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지병수 할아버지를 스타로 만들어 준 손담비의 ‘미쳤어’는 그동안 어디를 가든 한 번도 안 빼고 불렀던 그의 애창곡이다. 젊은이들도 소화하기 힘든 노래를 전국노래자랑에서 선곡해 선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다른 가수 노래도 많이 하지만 미쳤어가 내 스타일과 잘 맞았다. 지난해 복지관 노래자랑에서도 불렀고 어디를 가든 이 노래를 꼭 불렀다”고 말했다.

독실한 불자이기도 한 지병수 할아버지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도와 함께 하고 있다. 11남매 중 막내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함께 절에 다니며 불심을 키웠다. 일생 동안 불교는 그를 지탱한 힘이기도 하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항상 아침에 부모님을 위한 기도와 주위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항상 기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한 달에 한 번 초하루 때마다 보문사를 찾아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지방에 일을 보러 갈 때면 빼놓지 않고 절에 들른다. 절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밝혔다.

2년 전부터는 종로노인복지관에 다니면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성인가요와 국악, 민요 등 프로그램을 들으며 함께 배우는 노인들을 돕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서 아침에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이라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빠지지 않고 복지관에 나온다.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선생님이 있지만 노인들이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함께 배우는 노인들에게 장구를 가르치거나 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도움을 필요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병수 할아버지. 하지만 앞으로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고 단순했다. 지금처럼 “즐겁게 살고 싶다”는 것. 지병수 할아버지는 “그냥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다. 아프지 않고 복지관에 다니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생 선배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젊은이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 같다”며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면서 긍정적으로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살면 인생은 건강하고 좋게,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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