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하면 괴로워도 괴로운 줄 모릅니다”

경북 봉화 산골에도 미세먼지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참선을 지도하는 팔순 노스님과 마주한 축서사에서의 두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그렇게 맑고 편안할 수가 없었다. 신재호 기자

20년간 선방만 다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가’

정리하려 앉은 곳이 축서사

 

인생복덕방서 문답하는 사이

불교대학ㆍ노인대학 대성황

셋째 주 주말은 철야참선

 

“마음고요하고 집중도 잘돼”

명상은 얕은단계 쉬운단계

‘참선은 고급스러운 명상’

 

명상은 이제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낮은 단계의 암환자들이 명상을 통해 새 삶을 찾는가 하면 적지 않은 기업가들이 명상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기업 성장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미국 애플사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삼류츨신’이라 불릴 만큼 성장과정은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자기 뜻과 관계없이 남의 집에 양자로 갔다. 하지만 그 집도 제대로 갖춰진 집이 아니었다고 한다. 대학은 한 학기 다닌 것이 전부였고, 히피족의 일원이 되어 세상을 떠돌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인도 무전여행을 하다 배가 고파 들어간 힌두교사원에서 명상을 익히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불교사원에서 명상을 본격적으로 익혀서 결혼식도 불교식으로 했다고 전해진다.

“잡스가 명상을 좋아했다고 하기보다 고심하고 무엇에나 잘 빠져드는 경향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 사람이 명상법, 참선법을 배우니 이내 거기에 푹 빠져버린 거예요. 하는 것마다 늘 빠지고 빠지고 푹 빠져서 후에 애플사를 창립해서 세계 초일류기업의 리더가 된 거예요. 아주 특수한 예지만 그것은 완전히 명상의 힘입니다.”

경북 봉화 축서사 무여스님은 이런 명상이 고뇌가 많은 현대인에게 가장 적절한 수행법이라며 하루 단 1시간, 아니 하루 단 10분씩 한 달만이라도 해보라고 권한다. 지난 3월27일 축서사 응향각에서 스님을 만나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들었다.

축서사는 출가해 20년 간 선방만 다니던 무여스님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다 메모라도 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 32년 전 정착한 곳이다. 비새는 법당정도만 새로 짓고 떠나려 했던 것이 ‘열대여섯 동’에 이르는 오늘의 대가람으로 도량을 가꾸기에 이르렀다. 신도들을 위해 개설한 불교대학과 노인대학은 이제 봉화에서 선출직에 나가려는 사람들에게는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늘 함께 고민하고 상담하는 ‘인생복덕방’이 되다 보니 올해 19회를 맞은 불교대학 졸업생은 900명에 이르고, 개설한 지 얼마 안 된 노인대학도 1년에 80명씩 찾아올 정도로 인기다. 무엇보다도 ‘선지식의 훈향이 감도는 천년도량, 마음의 고향’이라는 표현 그대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진다. ‘참선도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상시휴식형 1박2일 ‘마음쉬기’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매월 첫째 주말 1박2일 불교문화체험 프로그램 ‘쉬고 쉬고 또 쉬고Ⅰ’, 매월 셋째 주 일요일부터 6박7일 참선수행프로그램 ‘쉬고 쉬고 또 쉬고Ⅱ’,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철야참선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선수행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봄가을 용맹정진 한철결제도 있었지만,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감안해 올 여름에는 ‘삼칠일(21일)결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참선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도량으로 가꿔보고 싶다”는 스님의 생각이 그대로 배어있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요즘 취직 걱정에 한시가 아깝고 잠 못 이루는 청년들에 대한 배려도 깔려있다. 스님은 “국가의 장래가 그들의 양 어깨에 달렸다고 할 수 있는데 시대가 사람을 만들어가지 않는가, 그런 생각도 한다”며 “안타깝지만 그런 분들에게 명상을 꼭 하시라, 마음공부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마음공부를 하면 우선 마음이 안정된다”며 “올바른 스승의 지도를 받아 매일 적당한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명상을 적극 권했다.

“마음공부를 하면 일단 괴롭다 힘들다 하는 것이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괴로워도 괴로운 줄 몰라요. 참을성이 생기고 그걸 자기 삶으로 만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괴롭다 힘들다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가 하면 누구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 주변에 대한 불평불만도 없어지고 자기 자신이 보이는 거예요. 자기 자신이 보이면 그게 안정이라 그 상태가 되면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하루 1시간, 단 10분씩만이라도 명상을 해보라고 권하는 겁니다. 그렇게 한 달만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요. 특히 젊은 분들, 고민하고 걱정하고 괴로움이 많은 사람일수록 명상하는 시간을 좀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외부영향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일수록 명상은 필수입니다. 안하면 자기 손해예요.”

참선과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 스님은 이런 비유로 설명을 이어갔다.

“얕은단계 쉬운단계를 명상이라 한다면 참선은 본격적인 고급스런 명상이라 할 수 있어요. 자기마음을 제대로 닦으려면 화두참선이 최상이에요. 제대로 발심해서 수행하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게 화두참선이고 깨달음까지 도달할 수 있는 수행방법입니다. 명상이 제법 돼서 아주 고요한 상태가 되고 그 고요한 상태를 ‘이 뭣꼬’ 하는 것이 화두참선입니다. 이 단계로 바로 들어가기 어려운 분들, 염불 등 여러 가지 수행의 초보단계에서 나름대로의 경험은 있지만 더 깊게는 안 된다는 그런 분들은 바로 선지식한테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 요즘 명상이나 선(禪)도 방법이 포화상태에요. 별 방법이 다 있어요, 거기에 잘못 끌려 다니면 평생가도 뭐 하나 제대로 하기 어려워요, 선지식을 만나 처음부터 적당한 방법을 지도받으면 아주 복 있는 사람이에요.”

그렇다면 참선 명상은 몸이 아픈 사람에게도 가능한 것인가.

“진정한 의정이 나서 화두가 없어지지 않고 순일하게 돼야 하는데, 잘 될 땐 잘되고 들쑥날쑥 그런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잘 되는 상태 그런 상태는 화두가 놓쳐지지 않고 일체 변화 없이 꾸준하게 지속되는 상태거든요. 그런 상태가 되면 마음이 편하면서 정신이 맑아집니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이미 화두가 들려 있어요.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니 아주 ‘굿모닝’이 돼요. 온 전신에 봄기운이 돌듯이 아주 기분 좋은 상태가 돼요. 그런 상태에서 공부하면 집중도 잘됩니다. 아프다 힘들다 괴롭다 하는 아픔 자체가 없어져요. 소화가 잘 안 된다, 몸 어디가 찌뿌둥하다, 전날 등산을 많이 해 다리가 좀 아픈 상태 그런 상태가 됐더라도 저절로 다 풀려버려요. 소화가 안돼서 꺼~억 꺼~억 하던 사람들도 저절로 소화가 돼요. 좋아하는 반찬 없으면 밥도 안 먹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붙이는 그런 분들도 밥만 있으면 배만 채우면 될 정도로 마음을 편하게 갖게 돼요. 옛날에 참선 잘하시는 분들 말씀 중에서 ‘고목에서 꽃이 핀다’고 했어요. 화두참선 잘 하면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기분도 좋아져 2기 정도의 암 같은 것도 고쳐질 정도로 좋아진다는 거예요. 좌선 위주로 하는 분들도 있지만 화두선(話頭禪)은 행선(行禪) 동선(動禪)이라고 해서 일하면서도 서서도 할 수 있는 수행입니다. 일석이조, 일거양득이 되게 하는 수행이 바로 선(禪)입니다.”

요즘 스님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신도들도 줄어들고 출가자 수도 줄어들어 위축돼 있는 우리 스님들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말 잘 아시잖아요. 어디에서든 주인처럼 살아가면 서있는 그 자리가 진리 그 자체다, 가장 잘 사는 길이 된다는 거예요. 어쨌든 우리 절 집안은 크고 넓어 별 사람이 다 있어요. 절이야기 종단이야기 하면서 남의 집 이야기 하듯 말을 많이 하는 데 그건 누워서 침 뱉기라, 이제는 이것저젓 따질 때가 다 지났어요. 정신 바짝 차려서 오직 합심 협력해서 그야말로 모든 일이 ‘내 탓이다’ ‘내가 문제다’라는 자세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불교 자체는 그야말로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최상의 법이에요. 수행이 불교가 갈 길이고, 세상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다들 노력해야 합니다.”

“웰빙이다 웰다잉이다 하는 것도 모두 수행 없으면 될 수 없어요. 불교적 수행을 알아야 진정한 웰빙이 될 수 있어요. 돈이나 명예나 권세나 보통사람들이 바라는 그런 외형적인 것으로는 진정한 웰빙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정도로는 짧은 시간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참 행복’은 수행으로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행은 외면할 수 없고 안한다는 말을 할 수도 없어요. 하라마라 할 수 없는 것이 수행입니다. 아무리 좋은 덕목이 있더라도 수행을 통해 잘 이끌지 못하면 불교의 가치가 없어집니다. 정신 바짝 차려서 각자가 잘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애를 써야 할 것 같아요.”

맑고 차분한 팔순 노스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응향각(凝香閣)을 나와서도 잊히지 않는 다. 보통정진에 4~50명, 집중정진에 7~80명의 불자들이 찾아드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응향각 앞에 선 무여스님. 신재호 기자

■ 무여스님은 …

무여(無如)스님은 194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오대산 상원사에서 희섭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8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탄허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1년 금정산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법호는 금곡(金谷). 동화사 송광사 해인사 관음사 칠불사 망월사 등 제방 선원에서 20년 동안 수선 안거했으며, 칠불사ㆍ망월사 선원장을 역임했다. 1987년부터는 경북 봉화 축서사에 주석하며 제방의 수좌들과 재가불자들의 수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조계종 초대 기초선원 운영위원장,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소임을 맡은 이후 한국선의 가풍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더 정성을 쏟고 있다. 저서로 <쉬고, 쉬고 또 쉬고>가 있으며 지난해 5월 종단의 최고 법계인 ‘대종사’를 품수했다.

봉화=김선두 기자

[불교신문3477호/2019년 4월6일자]

봉화=김선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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