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의 이야기

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위해 함께 현장에 선다. 지난 7년간 펼쳐온 사회노동위의 활동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 불교적 해법을 제시하는 좋은 본보기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지난해 8월, 최고온도 40도를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에도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발원하며 오체투지를 하는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혜찬스님(오른쪽 두번째)과 위원 스님들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소외된 이들의 ‘관세음보살’
아픔·눈물의 현장 함께 하며
불교에 대한 인식개선 앞장

“우리 사회 힘 없는 약자,
사라지는 날까지 활동“ 발원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2012년 노동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창출하기 위해 ‘노동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5년 명칭과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바뀐 이름처럼 성소수자, 장애인, 빈곤, 여성, 인권 분야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현재 위원장 혜찬스님을 총 20명의 위원 스님이 활동 중이다. 사회노동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받는 건 ‘보여주기 1회성’에 그치는 행동이 아닌 지속성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결실도 맺고 있다. 지난해 4300여 일간 기나긴 투쟁을 지속해온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와 극으로 치닫던 쌍용자동차 노사 갈등 해결에 큰 역할을 하며 주목 받았다. 이밖에도 제주 4.3사건 피해자, 무연고 사망자, 이주 근로자 문제 등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았던 곳까지 다가가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다.

“불교, 다시 보게 됐다” 큰 힘

최고온도 40도를 육박하며 기록적인 폭염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8월.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발원’하며 오체투지를 펼친 스님들의 모습이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스님들은 문제 상황에서 해결방법을 가장 불교적인 방식으로 풀었고, 이는 세간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이렇듯 스님들은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서 정치적인 외침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스님답게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땅에 몸을 나투는 절을 정성스럽게 올린다. 이런 방법은 다른 이들에게 응원이 되기도 한다. 스님들은 “매일 법당에서 늘 해오던 기도 염불이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겐 대단한 위로이며 응원이라고 말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불교의 이미지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부심도 스님들을 뿌듯하게 만든다. 부위원장 지몽스님은 지난해 7월 참여했던 ‘퀴어 문화축제’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축제 때 만난 10대 중반의 한 학생이 다가와 “스님, 불교에서는 성소수자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다짜고짜 물었던 일이다. 이에 지몽스님이 “부처님은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보고 누구든지 부처가 될 수 있는 씨앗이 있기 때문에 성소수자도 그렇다”고 답변해주자 학생은 “그동안 종교가 없었는데 꼭 불교 공부를 해보고 싶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은 채 갔다고 한다.

당연한 부처님 가르침을 알려준 것뿐인데 그 학생은 불교를 통해 희망을 갖게 된 셈이다. 지몽스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환희심이 난다”며 “우리의 활동이 포교의 텃밭을 일구는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청와대 앞에서 열린 ‘하이디스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기도법회’에서 거리 정근을 하는 사회노동위원 스님들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스님이 왜?” 부정적 인식 ‘불편’

현장 곳곳에서 활동을 펼치며 벅찬 감동을 느끼지만, 말 못한 고충도 있다.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노동위원회’라는 이름만 들어도 운동권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속세를 초월한 스님이 절에서 기도하고 염불하면 되지 뭣하러 거리에 나와서 저런 일을 하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아직 고통 속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활동에 진력 중이지만, 가끔 맥이 빠질 때도 있다.

서원스님은 “깊은 산중에서 기도나 참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제들 속에서 약자들과 함께하는 것도 스님의 역할임을 이해하지 않고 거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볼 때면 힘이 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의 활동은 사회가 불교를 보는 좁은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며 “포교 활성화라는 방편임을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겠다’

스님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장은 ‘길거리’이다. 아픔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칼바람을 맞으며 기도 염불을 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오체투지를 하는 일이 일상이다. 날씨와 환경 등에 구애받지 않고 스님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고통 받는 이들 옆에서 함께하겠다’는 굳은 서원이다. 위원장 혜찬스님은 “우리 스님들은 소외된 이웃과 약자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신념 없이는 일을 하기 어렵다”며 ‘자비’의 또 다른 표현인 ‘발고여락(拔苦與樂)’의 의미를 통해 자신을 소신을 밝혔다.

“여락(즐거움을 주는 일)보다 발고(고통을 덜어주는 일)를 먼저 이야기 하는 건 고통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죠.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게 자비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혜찬스님은 본인을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자비편애주의자’라고 소개했다. “누군가는 해고 노동자에 대한 지지만큼 사측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무게와 크기는 분명 다릅니다. 저는 약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자비를 실천하겠습니다. 그게 제 마음가짐입니다.”

지난 17일 고 김복동 할머니 49재를 위해 모인 사회노동위 스님들. 앞줄 왼쪽부터 인우스님 현성스님 부경스님 용주스님 보영스님과 뒷줄 왼쪽부터 우담스님 시경스님 혜찬스님 혜문스님 법상스님 지몽스님.

필요한 건 불교계의 관심과 응원

스님들이 바라는 점은 한결같았다. 바로 ‘종단과 교계의 관심’이다. 물론 최근 사회노동위원회의 활약이 커지면서, 스님들에 대한 지지와 격려가 이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간 꾸준히 요구했던 위원회 전용 공간도 이달 말 총무원 청사 내에 마련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원이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 백비스님은 “사실 대사회 활동을 전담하고 있는 우리 위원회가 불교계 안에서 관심과 지지를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닌 의지와 신념이 필요한 사회노동위원회 활동에 적극적인 종단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난 스님들은 “우리의 최종 목표는 사회노동위원회가 정식으로 해체 되는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더 이상 사회노동위원회의 활동이 필요치 않는,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가 없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스님들은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힘겨운 이들 곁에서 묵묵히 정진 중이다.

[불교신문 3474호/2019년3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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