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미래 청사진을 만들고 준비하는 역할을 맡은 종단의 백년대계본부가 오는 4월17일 ‘백만원력 결집 모연을 위한 선포식’을 연다. ‘백만원력 결집’ 불사는 총무원장 스님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현 종단 집행부의 역점 사업이다. 

백만 불자가 함께 집결한 힘은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출가수행자 노후를 책임질 요양병원·요양원, 삼군사령부 계룡대 영외 법당, 부다가야 한국 사찰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모두 종단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불사다. ‘조계종 요양병원·요양원’은 몸이 아픈 스님들이 요양하고 치료받는 수행자 전문 병원이다. 스님들은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몸이 아프면 보통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평생을 사찰에서 수행하던 스님이 입적을 앞두고 성경이 비치된 병실에서 찬송가 소리를 들으며 입적하기도 했다. 스님 전용 병원이 없어 겪어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동국대병원이 있어 그나마 나아졌지만 병실이 부족하다. 

백만결사를 통해 건립할 예정인 조계종 요양병원은 아픈 스님들을 치료하는데서 나아가 참선 염불 기도 등 수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수행공동체 기능을 겸하기 때문에 병원과 요양원을 갖춘 사찰이다. 이는 1960년대 청담스님 광덕스님 등 당시 종단 집행부와 전국비구니회 전신인 우담바라회가 꿈꿨던, 우리 종단의 오랜 염원이다. 안타깝게도 50년 전에 계획했던 꿈을 아직 실현시키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수행자의 건강과 노후를 책임지지 못한다. 가족은 물론 세속의 욕망을 모두 버리고 중생구제에 평생을 바친 출가 수행자가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면 수행공동체라고 부를 수 없다. 

지난 수십년간의 혼란과 갈등은 출가자 미래를 책임지지 않아 공동체가 무너진 결과였다. 그런 점에서 ‘백만원력 결집’은 출가수행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수행결사요, 불교 가치를 현실 사회에 구현하는 도덕성 회복 운동이다. 

백만원력 결집이 만들어낼 또 하나의 불사는 ‘계룡대 영외 법당’과 ‘부다가야 한국사찰’이다. 계룡대는 대한민국 삼군본부가 자리한 국토방위의 중심이며 부다가야는 부처님께서 성도(成道)하신 불교성지다. 계룡대 영외법당은 군인과 그 가족은 물론 대전 계룡시 시민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자비를 실천하는, 호국의 성지다. 부다가야 한국사찰은 인류사에서 가장 큰 경사였던 세존의 등장을 기리고 찬탄하는 한국인의 수행처다. 국방과 깨달음은 무력과 정신이라는 서로 다른 수단을 사용하지만 불안 공포에서 벗어나 안정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계룡대 법당과 부다가야 한국사찰은 국토 방위를 통한 안정과 수행으로 정신적 안정을 구하는 안심(安心) 도량이다. 

승가에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아름다운 전통이 전해온다. 간밤에 갑자기 찾아온 외부 수행자를 위해 대중들이 모두 밥 한숟가락을 덜어내 한 사람 몫의 아침을 마련했다. 십시일반이 수행공동체의 참정신이다. 백만원력은 십시일반으로 만명의 대중에게 공양을 내는 현대 만발공양이다. 수희 동참하여 한량없는 복덕을 짓고 그 공덕으로 모두 안락을 누리기를 기원한다.

[불교신문3474호/2019년3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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