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진관사 사찰음식 시연

두툼한 팬 위에 기름을 두르고 상추전을 부치는 스님들 손길이 분주하다.

“오늘은 뭐 해먹지?” 끼니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고민을 서울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이 해결해줬다. 계호스님은 지난 20일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마련한 주한중국대사관 직원 초청 사찰음식체험행사에서 사찰음식의 의미를 설명하고, 직접 시연했다. 예부터 스님들은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모든 과정을 수행으로 여겼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쌀에도 만인의 노고가 있다”고 여겨 식재료를 대하는 손길에 소홀함이 없었다.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먹는 음식이라 자극적이거나 과함이 없다. 때문에 사찰음식은 수행식이며 자연식이고 건강식이다. 세계인들이 사찰음식에 열광하는 이유는 자연 그대로를 담았기 때문이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가 갖고 맛을 살리고 건강까지 챙겨주니 누구나 부담 없이 사찰음식을 먹을 수 있다. 스님들이 실생활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조리법도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날 스님이 직접 만든 냉이죽과 함께 두부조림, 두부장아찌, 상추전은 한국과 중국인 입맛 모두를 사로잡았다. ‘수미네 반찬’ 못지않은 계호스님표 사찰음식을 소개한다.

냉이죽

△냉이죽

냉이죽은 선방에서 스님들이 봄철 아침에 먹는 별식이다. 진관사에서도 봄이면 스님들 아침공양상에 냉이죽이 올라간다고 한다. 쑥, 두릅과 함께 봄을 대표하는 나물 가운데 하나인 냉이는 야산이나 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에 자라나는 어린잎은 나물은 물론 죽에 넣어 먹기 좋다. 쌉쌀하면서도 특유의 향긋함이 입맛을 돋운다. 특히 냉이는 알칼리성 채소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다. 냉이는 간 해독에도 좋고, 눈을 맑히고 뼈를 튼튼히 해주는 효과도 있다.

향긋한 냉이죽 고소한 상추전

달콤짭조롬한 두부장아찌까지

올 봄 입맛 돋울 음식 한가득

냉이죽을 쑤려면 냉이, 쌀, 불린 표고버섯, 냉이 삶은 물, 참기름, 죽염을 준비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냉이 손질이다. 흙이 묻은 뿌리와 잎을 깨끗하게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3분 정도 데친다. 냉이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죽을 끓일 때 다시 넣기 때문에 냉이손질을 잘 해야 한다. 쌀과 표고버섯도 잘 씻어서 불린다. 재료 준비가 끝나면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불린 쌀과 표고버섯을 넣는다. 달달 볶다가 냉이 삶은 물을 넣는다. 

물과 쌀의 비율은 6대1 정도가 좋다. 한소끔 끓인 후에는 쌀이 퍼질 때까지 한 방향으로 계속 젓는다. 계호스님은 “죽을 저을 때도 왼쪽 오른쪽 젓는 게 아니라 한 생각을 두고 저어야 한다”며 음식을 만드는 것이 곧 수행임을 일러준다. 죽이 끓으면 냉이를 넣고 더 끓인다. 10분정도 끓이다가 뚜껑을 덮어 뜸을 들이다가 솥뚜껑에 맺힌 물이 흐르면 다시 뚜껑을 열고 젓는다. 보글보글 소리가 올라오면 죽이 다 끓었다는 신호다. 죽염으로 간을 하면 냉이죽이 완성된다.

두부조림

△두부조림과 두부장아찌

두부도 조림이나 장아찌로 먹을 수 있다. 먼저 두부, 간장, 무와 고추를 우린 채수와 생강을 준비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조림과 장아찌에 쓸 두부를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두부는 바로 뒤집으면 부서지기 때문에 한 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진 두부는 조림용과 장아찌용으로 사용가능하다. 두부조림을 하려면 지진 두부를 한입 크기로 잘라둔다. 

프라이팬에 두부와 함께 집간장과 진간장을 혼합하고 조청과 황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간을 한 양념장을 넣는다. 검은깨와 참깨, 고추, 홍고추로 고명을 하고 참기름을 약간 부으면 두부조림이 완성된다. 두부장아찌 양념장도 비슷하다. 집간장과 진간장과 채수를 혼합하고 황설탕으로 단맛을 더한다. 홍고추와 청고추, 저민 생강과 표고버섯을 통으로 넣고 5분간 끓인 뒤 지진 두부에 붓는다. 하루 정도 지난 뒤 먹으면 된다.

상추전

△ 상추전

진관사 상추전은 중국 전역에도 소개됐던 한국불교 대표 사찰음식이기도 하다. 지난해 계호스님은 중국 봉황TV에 출현해 사찰음식을 시연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상추전이었다. 기름에 튀기는 음식을 좋아하는 중국인들 입맛에 맞아 각광을 받았다. 상추전은 배추전과는 또 다른 식감을 준다. 잎 한 장씩 부치는 배추전과 달리 상추는 연해서 여러 장을 모아 부쳐야 한다. 

상추를 씻을 때 낱장 씩 떼지 말고 상추대 부분을 남겨두는 게 좋다. 밀가루에 물을 풀어 묽게 반죽하고 죽염으로 간을 맞춘다. 상추전을 부칠 때는 상추 5~6장을 한 번에 잡아 잎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다. 반죽에 상추를 담갔다 뺄 때 밀가루 반죽이 많이 묻지 않도록 주의한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상추를 올려 노릇하게 지진 뒤, 홍고추를 잘게 설어 고명으로 올린다.

두부장아찌

조리를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계호스님은 순식간에 냉이죽과 두부조림과 장아찌, 상추전을 만들었다. 스님 손끝을 거쳐 만들어진 음식을 시식할 때마다 사람들은 “맛있다”를 연발했다. 용기 있는 이들은 더 달라고 부탁해 맛있는 사찰음식을 즐겼다. 

계호스님은 사찰음식을 배우는 것은 기교나 요리를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은 맛으로 먹는데 음식을 만들 때 최고의 양념은 다름 아닌 마음이다. 좋은 마음으로 만들어야 음식도 맛있어진다”며 “정성스럽게 해야 맛도 있고 가족건강에 좋다”며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을 위해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불교신문3474호/2019년3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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