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절에 가면 건물 귀퉁이마다 청아한 소리를 내는 풍경(風磬)이 달려있다. 그런데 이 풍경의 바람판은 왜 주로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수행자에게 언제나 물고기처럼 
항상 깨어있으라는 가르침이며 
얼른 깨달음에 눈뜨라는 채근

풍경의 바람판은 ‘탁설(鐸舌)’이라고 하는데 아주 드물게 연꽃모양도 있으나 주로 물고기 모양입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소리’와 ‘형상’의 두 가지 요소가 오묘하게 결합된 매력적인 사찰건축 장식물입니다. 그런데 고기를 멀리하는 사찰에서 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하늘 높이 매달아 소리가 나게 해 놓았을까요? 

사찰을 더 자세히 둘러보면 풍경뿐만이 아니라 도량 곳곳에 물고기 모양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풍경 말고도 도량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물고기 모양은 그 크기 면에서 단연 돋보여 숨길수도 없는, 바로 목어(木魚)입니다. 범종·운판·북과 함께 사찰에서 두드려 소리를 내는 사물(四物)중의 하나입니다. 여기서 목어는 물속 중생을 다 건져서 깨달음의 세계로 이르게 하겠다는 불교의 큰 서원이 담긴 상징물입니다.

그런데 이 목어보다도 엄청 더 큰 물고기 모양이 도량 안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너무나 큰 나머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다름 아닌 대웅전 법당 건물자체입니다. 법당은 불자들이 모여 수행하며 가르침을 배우고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공간입니다. 이 전통양식의 건물 외부를 자세히 보면 용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고, 그 반대편에는 물고기의 꼬리가 조각되어 있음을 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면 ‘어변성용(漁變成龍)’ 즉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듯이, 평범한 중생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인 ‘혁범성성(革凡成聖)’의 경지를 사찰건물에다 표현해 놓은 것입니다. 

이처럼 절은 어딜 가나 갖가지 ‘상징’들이 수없이 모여 있는 집합체이며, 어느 것 하나 그냥 만들어지고 허투루 서 있는 것이 없습니다. 

물고기는 24시간 항상 눈을 뜨고 살면서, 아가미와 지느러미를 쉼없이 움직여 헤엄쳐야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는 생물입니다. 수행자들도 물고기처럼 24시간 눈을 똑바로 뜨고 게으름없이 정진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풍경소리는 수행자들에게 언제나 물고기처럼 항상 깨어있으라는 가르침이며, 얼른 깨달음의 눈을 뜨라고 하는 채근입니다. 소리만 듣고도 도를 깨친다는 ‘문성오도(聞聲悟道)’, 즉 몸을 허공에 매단 채 바람에 부대끼며 내는 소리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고 깨닫게 하는 풍경의 물고기 탁설의 깊은 의미를 알고 가슴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불교신문3473호/2019년3월23일자]

이정우 군법사ㆍ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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