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불련 수행으로 조직 활성화 모색

영화관 술집 전전하는 대신
청법가 부르고 법문 들으며
‘마음 쉬는 금요일’로 마무리

봄비가 내리던 지난 3월15일 늦은 오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있을 때 고된 한주를 마무리하며 사찰로 달려온 이들이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공무원 불자들. 전국 공무원 불자들의 신행단체인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가 3월 정기법회를 연 것이다.

오후7시30분, 법회시간이 다가오자 법당은 70여 명의 불자들로 채워졌다. 서울시청 불심회 회원 김동익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법회는 삼귀의와 한글 반야심경 봉독, 입정, 설법, 발원문 낭독 등의 순으로 약 두 시간 동안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초청법사로 나선 총무원 사업부장 주혜스님은 ‘생활밀착형’ 법문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공복이자 불자로서 공심을 잃지 않고 부단히 정진해달라는 당부도 곁들인 법문이었다.

“100년이라고 해봐야 날수로 치면 3만6500일인데, 착하게만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 부족한 시간을 채우려면 더욱더 보살의 정신으로 헌신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깨달음이라는 것도 멀고 거창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소소하지만 나를 변화시키는 깨우침이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래서 칭찬에도 비난에도 흔들리지 말고 사자처럼 연꽃처럼 살아가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인간을 완성하는 길은 인과의 질서를 철저히 믿으며 연꽃처럼 악에 물들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9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법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발원문 낭독을 위해 합장한 두 손에서 신실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한량없는 지혜와 자비로 마음의 어두움을 밝혀주시는 거룩한 부처님.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원 가족 모두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 위없는 깨달음의 길로 가게 해 주시고, 추진하는 정책은 나라와 국민의 어려움을 보살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 주시옵소서. 오늘 이 발원 공덕으로 모든 생명들이 평화와 행복의 깨달음이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발원합니다.”

불금을 ‘마음 쉬는 금요일’로 마무리하고 법당 밖으로 나서는 공불련 회원들의 얼굴에도 행복감이 묻어나 있었다.

술집, 영화관 등을 전전하는 대신 사찰에서 청법가를 부르고 스님과 담소도 나눴다. 또래 불자들이 함께 모이니 밖의 어느 모임보다 ‘쿵짝’이 잘 맞았다.

김상규 공불련 회장도 “오늘 법회가 참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최첨단 산업사회로 가고 있지만, 꾸준히 법회에 참석하고 절하는 아날로그적인 수행이 더욱 가치 있고 신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점 개인주의화 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직장불자회도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공불련은 수행과 정진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16년 7월 김 회장 취임 이후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조계사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정기법회를 열어 회원들 간의 소통과 결속을 다지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으로 우리 사회 재가불자들의 위상을 끌어올리는데 앞장선다는 계획.

김 회장은 “평소 오감으로 보는 것을 전부라 여기고 부처님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의 불성이 없다면 금수와 다를 게 없다”며 “법회를 통해 진리를 추구하려고 자신을 다잡고 올바른 행동을 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또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행으로 조직 활성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서울시청 불자들 모임인 불심회는 지난 2007년 처음 참선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매주 월요일 7시30분마다 서울시청에서 꾸준히 참선 정진의 시간을 갖고 있다. 불심회 내 동아리 형태로 출발한 참선 모임에는 10여 명의 회원이 빠지지 않고 동참하고 있다. 매번 50분 정도 참선을 하면서 퇴근 후 업무로 지친 몸을 불심으로 충전하는 한편 선사들의 어록을 탐독하며 공부의 살을 찌우고 있다. 회원들의 꾸준한 참여로 참선 정진은 이제 불심회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문규 회장은 “(참선을 하면) 마음이 기본적으로 안정되고 욕심을 버리게 되면서 지혜의 눈에 떠진다. 욕심을 안 부리면 보이는 것도 많아진다”며 수행의 장점을 강조했다.

봄맞이 순례를 떠나는 단체들도 눈에 띈다. 서울시청 불심회는 오는 29일부터 무박 2일로 하동 쌍계사에서 신심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시청 불심회 뿐만 아니라 은평구청 불자회는 오는 4월27일 완주 송광사로, 우정사업본부 우정자비회는 5월 해인사와 백련암 등지에서 성철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순례의 시간을 갖는다.

이런 가운데 대구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공무원 불자연합회가 창립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다.

팔공총림 동화사와 대구 지역 공무원 불자들은 오는 4월6일 시·구·군 불자회 연합 모임인 공불련 창립법회를 동화사에서 봉행한다. 그간 시청과 구청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해 오다 회원들 간의 유대를 다지고 지역에서 불교를 통해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치기 위해 연합회를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연합회 회장 김형일 대구시미래개발본부장(시청유마회 회장)은 “개별적인 종교 활동은 하지만, 모임엔 잘 참여하지 않는 게 전반적인 추세”라며 “이번 기회에 이런 분위기를 좀 바꿔보고, 정기적 법회도 하고, 스님 말씀도 듣고 사찰 순례도 하면서 사회적으로 좋은 일도 해보자는 취지로 연합회를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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