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멀다 해도 마음마저 다르랴
함박눈 오시는가, 산골짝에 찔레꽃
찔레꽃 하얀 무더기 꽃 사태 지는 소리

원래 하나였으나 몸이 다르다 하랴
파도쳐 오시는가, 마른 귀에 흙바람
사막의 한복판을 가는 그리운 물결 소리.

-김일연 시 ‘지음’에서


소리를 알아듣는, 속마음을 읽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백아(伯牙)가 타는 거문고 소리를 듣고 그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줄 알았던 종자기(鍾子期)처럼. 아무리 먼 거리로 떨어져 살아도 참된 친구 사이에는 그 마음이 별다른 장애없이 오고 간다. 함박눈처럼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나면 지음(知音)의 마음이 온 줄로 알고, “마른 귀에 흙바람”이 불어오면 또 그 형편 그런대로 지음의 마음이 온 줄로 안다. 

진실한 친구 사이에 오가는 마음의 교신은 높은 산등성이와 깊은 골짜기를 넘고, 대양과 사막을 수월하게 건넌다. 깨끗하고, 고요하고, 현명하고, 어질고, 잘 헤아려 받아들이는 하나의 마음만이 있으니, 지음 사이에는 오해와 불만과 시기와 험담이 없이 오직 이로울 뿐이다.     

[불교신문3473호/2019년3월23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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