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가장 빛나는 별빛이 
온 누리에 두루 비추니 
부처님 청청법계 아닌 곳 없더라
지난해 米壽였더니 望百 바라보시네 
스님께서 늘 如如하시길 빌어본다

호거산 운문사를 생각하면 우선 법계당(法界堂) 명성(明星)스님을 떠올리게 된다. 스님의 삶과 수행이 바로 호거산이자 운문사이기 때문이다. 선가에 이르길, “하늘의 별은 모두 북두성을 따르고, 집집마다 대문밖은 장안으로 통하니라.(天上有星皆拱北 家家門外通長安)”고 하였다. 스님의 삶과 수행이 바로 태산북두(泰山北斗)이자 장안(長安)의 소식일 것이다.

출가 후 원담 노스님을 시봉하며 황악산 직지사 중암으로 관응당(觀應堂) 지안(智眼) 큰스님을 뵈러간 일이 있었다. 사진으로 뵐 때에는 눈빛이 형형하고 엄정한 기풍으로 압도하는데, 막상 찾아뵈면 자비로운 할아버지 같으시다. 세 곳의 멋진 수염은 그야말로 도골선풍(道骨仙風)의 천진도인과 다름 없으셨다. 그런 까닭에 큰스님들이 그리워지면 나는 호거산 운문사를 찾아간다. 큰스님들이 저 하늘의 태양(金烏)과 같다면, 명성스님은 뭇 별 중의 별(明星)인 까닭이다. 

어느 시인이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라고 말 했듯이, “밝은 별(明星)은 저녁에 뜨는 태양이다”라고 생각한다. 

호거산 운문사에 감사를 갈 적에 학인 스님들 공양물을 들고 사리암을 찾았다. 사리암 나반존자께 예배하고 머리 들어 바라보니, 마치 관응 큰스님을 다시 뵙는 듯한 느낌이다. 운문사 내려가 명성스님께 인사드리고 바라보니, 스님의 얼굴에도 나반존자와 관응 큰스님의 모습이 함께 하시는 듯 하다. 나 또한 스님의 자비덕화에 수희찬탄함은 호거산과 운문사에 올리는 경외이자, 나반존자와 관응 노스님께 올리는 예배가 아닐 수 없다. 

스님께서는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으신 채 “내 이곳에 오래 살면서 운문사에 감사 온 이가 많았건만 사리암 참배한 이도 처음이었고, 학인들 공양물까지 가져온 이도 처음이었다”며 말씀하셨다. 이어 주석처인 죽림헌(竹林軒)으로 찾아 뵙고 차담에 수행담과 법담을 함께 하였다. 

그 날의 스님과 함께한 순간은 마치 부처님과 함께 한 죽림정사에서의 한 철 안거와 같았고, 관세음보살과 함께한 한 생(生)과도 같았다고 믿는다. 아마도 내 삶과 수행에 있어 가장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때인가 호거산 운문사에 저녁예불이 끝나고, 연이어 학인 스님들의 낭랑한 독경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소리가 밤하늘로 올라 점점이 영롱한 별빛되어 빛나는 듯한 황홀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호거산의 너른 품안에서 오케스트라처럼 장엄한 천상의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옛 글에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夜深星愈輝)”라고 했다.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明星)이 바로 밤의 태양인 스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별빛이 온누리에 두루 비추니 어느 곳인들 부처님의 청청법계가 아니겠는가! 

스님께서 지난 해 미수(米壽)였더니, 이제 망백(望百)을 바라보신다. 바라건대 태공망 여상(呂尙)이 주문공을 만남과 조주고불(趙州古佛)이 행각을 떠난 시기가 비록 빠르지는 않지만 결코 늦지 않았음을 생각해본다. 아울러 그 후의 삶과 위업이 또한 심히 장대하였듯이, 스님께서도 그처럼 여여(如如)하시기를 빌어본다.

[불교신문3473호/2019년3월23일자]

진광스님 논설위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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