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순례단 이끈 도법스님 강연

도법스님이 3월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반도 평화와 불교의 역할’ 강연을 주제로 강연했다.

우리 안의 분열과 냉전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주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녹이고 풀어내고 싶었다. 증오와 원망, 원한으로 얼룩진 현장을 직접 걸으며 듣고, 배우고, 대화하면서 비로소 실감했다. 한국 사회 곳곳엔 아직도 핏덩어리처럼 엉킨 가슴 속 응어리들이 저마다 남아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불교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아픔이 있는 곳을 찾아 지난 1년 동안 전국을 헤집고 다닌 도법스님 소회다. 오늘(3월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반도 평화와 불교의 역할’ 강연을 주제로 강연한 도법스님은 조계종 종무원 200여 명에게 ‘은빛순례단’을 이끌며 피부로 느꼈던 생생한 감정들을 하나둘 꺼냈다.

도법스님은 “전쟁으로 인한 불안, 해결되지 않는 우리 안의 냉전 등 갈등 상황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나 또한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우리 다음 세대, 손자손녀들에게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다는 자괴감, 죄책감이 몰려올 때마다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님이 택한 방법은 아픔이 있는 현장을 찾는 것. 걷고 대화하며 소통의 길, 나아가 평화의 길을 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은빛순례단’이다. 냉전과 전쟁, 분열 등으로 얼룩진 한반도에 사는 손주들에게 ‘평화’를 물려주고 싶은 60세 이상 백발성성한 원로가 모였다고 해서 공식적으론 ‘한반도 평화만들기 은빛순례단’이라 이름 붙였다. 도법스님을 비롯한 이부영 동아시평화회의 운영위원장 등이 주축이 된 순례단은 지난 2018년 3월1일부터 2019년 3월1일까지 지리산과 팽목항 등을 걸었다. 대립과 반목이 극심한 곳을 찾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시도였다.

도법스님은 “현장을 다니면 다닐수록 우리 안의 냉전으로 얼어붙은 피맺힌 응어리가 쌓여있음을 절실히 느꼈다”며 “‘지긋지긋한 세월을 끝내야 한다’,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규들이 산천을 울리는 듯 했다”고 말했다. 절규를 들으며 스님은 “오늘날의 한국 불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평화실현의 토대를 만드는 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가야 함을 실감했다“고도 했다.

도법스님이 순례를 통해 얻은 답은 불교적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를 얻어 내는 것. 스님은 남북 냉전을 녹이고 풀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합동천도재' '우리 내부의 화쟁정상회담' 등을 꼽았다. 스님은 “천도재야말로 불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위로의 방법이며 원효스님 화쟁정신을 바탕으로 한 여러 회담은 국가와 민족을 넘어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종단이 모두 합심해 우리 안의 냉전을 녹이고 풀어낼 수 있는 이같은 방법들을 실현해야만 불교 또한 당당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불교가 이룬 성과도 많았지만 출가 수행자들과 불자들이 부끄러워할 만한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는 도법스님은 “분노는 분노로 증오는 증오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평화로운 방식 문제를 해결했던 붓다처럼 오직 인내와 관용, 평화만이 악연을 끊어낼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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