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식민지배에 저항해 조선민족의 독립을 선언한 3·1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되었다. 연초부터 정부를 비롯한 사회단체 종교단체 등에서는 3·1절을 전후해 그 의미를 되새기는 대대적인 행사를 벌였다. 3·1 독립선언은 불교 천도교 기독교 등이 중심이었다. 그런 만큼 100주년을 맞아 사찰과 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기념행사가 있었다. 

근현대불교연구가 김광식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3·1운동 당시 불교계의 활동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한용운의 지도로 중앙학림 학생들이 독립선언서를 휴대하고 전국사찰로 흩어져 지방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부산 범어사, 양산 통도사, 밀양 표충사, 경남 해인사, 대구 동화사, 양주 봉선사, 여주 신륵사, 하동 쌍계사, 해남 대흥사, 구례 화엄사, 안변 석왕사 등이 대표적인 사찰이었다. 

불교가 이렇게 전국적으로 만세운동을 주도한 것은 일본에 대한 배타적 증오 때문이 아니었다. 한용운의 지적대로 불교는 평등주의와 구세주의를 지향하는 종교다. 이에 반해 일제는 ‘대동아공영’이라는 황색제국주의를 내세워 아시아민중을 핍박하고 고통을 가중시켰다.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은 그 상처의 깊이를 말해준다. 불교가 조선독립의 횃불을 든 것은 억압받는 민족을 고통에서 구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대비구세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제국주의를 부정하기 위해 내세우는 배타적 민족주의와는 다른, 불교적 보편주의의 현재적 실천론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일부 승려 중에는 불교의 이상을 왜곡하고 친일의 길을 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는 뒷날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친일이 반민족적이어서가 아니라 반평화적이고 반불교적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는 자본을 중심으로 한 신제국주의가 횡행하는 오늘의 현실에도 교훈이 된다. 

불교는 민족이나 국가를 넘어 세계적 보편주의를 지향한다. 그 이상과 가치를 복잡한 국제정세와 남북분단의 현실 속에서 구현해야 한다. 과연 방법은 무엇인가. 3·1절 100주년을 보내며 깊게 토론해볼 과제다. 

[불교신문3472호/2019년3월20일자]

홍사성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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