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와왕 탄생이야기는 특이하다 
사실상 버려진 아이인데 부왕은
하늘이 준 귀한 자식이라 여겼다

어떤 생명인들 귀하지 않겠는가
귀하게 여겨 키우는 아이가 왕이다 

동부여의 금와왕이 탄생한 이야기는 특이하다. 해부루왕이 늙었는데 아들이 없었다. 하루는 산천에 제사를 지내 후손을 얻고자 하였다. 말이 한 연못가에 이르러 바위를 보고는 마주서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바위를 굴려 보라 하니, 금빛 나는 두꺼비 모양의 아이가 있었다. 왕은 기뻐하며, ‘이는 곧 하늘이 내게 주신 귀한 자식’이라하고, 거두어 길렀다.

역사적 자료가 부족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부여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그러나 부여족은 만주 일대를 다스린 여러 나라의 중심 민족이었다. 심지어 고구려와 백제의 뿌리가 된다. 

<삼국유사>에서는 B.C 59년에 하늘님이 흘승골성에 내려와, 다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도읍을 정한 다음 왕이라 불렀고, 나라의 이름은 북부여요, 이 왕은 스스로 해모수라고 불렀다고 하였다. 해모수가 낳은 아들이 해부루이고, 부루는 뒤에 다시 하늘님의 명을 받들어 도읍을 옮기고 동부여라 하였다. 

사실 이 내용은 역사 자료에 따라 달라진다. 매우 복잡한 부여족의 파생 과정을 보여준다. 해부루가 동부여를 창건한 이야기는 꿈으로부터 시작한다. 해부루의 재상 아란불이 꿈을 꾸었는데, 하늘님이 내려와 동해 바닷가에 가섭원이라 이름 붙인 땅이 있으니, 토양이 비옥하여 왕도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아란불은 해부루에게 권유해 도읍을 옮겼던 것이다. 이와 같이 건국한 동부여의 해부루왕 다음이 금와왕이다. 앞서 나온 것처럼 아들을 두지 못한 해부루가 어느 날 자신이 탄 말이 바위를 보고 눈물 흘리는 것으로 보고 이상하게 여겨 돌을 굴려 보니 아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원문에서 이것을 전석득아(轉石得兒)라 하였다. 

중요한 것은 해부루가 이 아이를 ‘하늘이 주신 귀한 자식’이라 여겼다는 것이다. 신화적으로 풀어보면 이는 새로운 왕의 권위를 부여하는 문법이다. 사실은 버려진 아이를 거둔 것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생명에 대한 존중을 새기는 신화로도 읽을 수 있겠다. 어떤 생명이건 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귀하게 여겨 키우는 아이는 왕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숫자가 0.98로 떨어졌고, 작년 1년 동안 탄생한 아이의 숫자가 32만명을 겨우 넘었다고 한다. 한 해 100만명 이상 태어나던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적어졌을까. 다들 경제적으로 키우기 어려워 그렇다고 대답한다. 육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낳지 않겠다는 풍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아이에 대한 학대는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만 22개월 된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편과 자주 다툰데다 생활고에 시달리자, 아이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하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동거녀의 3살 된 아들이 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어던져 살해한 사람도 있다. 모든 원인이 생명 그 자체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데 있다. 

돈의 문제가 아니다. 더 어렵던 시절의 우리 부모는 내 아이가 그냥 그 자체로 왕 같은 존재라고 여겼다. 그런 마음의 회복이 절실한 요즘이다.       

[불교신문3472호/2019년3월20일자]

고운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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