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 개설, 명상센터 설립.. 현대적 승가상 구현

지난 13일 김포 중앙승가대 총장실에서 만난 원종스님은 대학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계획들을 이야기했다. 사진은 중앙승가대 교표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총장 원종스님

학교발전 미래기획委 출범
올 10월 승가대 후원행사
개교 40주년 도약의 발판

최우선 과제 학교 내실화
교수학생 역량강화 ‘올인’
“선교겸수하는 교육도량”

조계종을 대표하는 승가교육기관인 김포 중앙승가대학이 올해 개교 40주년을 맞았다. 전통강원교육을 넘어 새로운 승가교육의 모델을 제시하며 1979년 3월 돈암동 보현사에서 처음 문을 연 후 개운사를 거쳐 오늘날 김포 학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대학은 양적 질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중앙승가대 동문으로, 지난 2월 총장으로 취임한 원종스님은 개교 40주년을 맞은 학교발전을 위해 교수 학생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또 오는 10월 동문을 비롯 중앙승가대의 성장을 기원하는 사부대중을 초청해 후원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중앙승가대 총장실에서 원종스님을 만나 학교운영 방안에 대해 들었다.

조계종이 설립한 중앙승가대는 승가전문교육도량인 동시에 교육부 인가를 받은 대학이다. 4년제 학부과정 외에도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987년 중앙승가대를 졸업한 원종스님은 개운사에 마련된 학사에서 공부했던 세대다. 학인 시절 군사정권에 대항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줬던 스님은 그 때의 뜨거운 열정을 새기며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동문으로서 모교인 중앙승가대 총장 소임을 맡아 학교발전에 헌신할 수 있게 돼 스님은 기쁘다. 

한편으로는 강한 책임감과 중압감도 느낀다. 지난 40년간 성장한 학교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미래기획위원회를 출범시킨 것 또한 이런 고민의 발로이다. 학교 구성원은 물론 전문가들로 이뤄진 미래기획위원회에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승가대학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모색한다.

스님의 다양한 구상들은 동문으로서 모교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학교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획된 것이다. 대학 교육국장, 기획실장, 총무처장 등 대학 내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던 스님은 학교운영에 있어 누구보다 해박하다. 그런 스님이 꼽은 중앙승가대 운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학교 내실화이다. 

교수들의 연구역량을 키우고, 한국은 물론 세계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수행자를 길러내는 것이야 말로 중앙승가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훌륭한 교수를 영입해 강의질을 높이고, 학생 스님들은 열심히 수학해서 수행자로서 품성을 갖추고 글로벌 인재로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장 취임사에서 △종무행정, 전통불교미술 등을 공부할 새로운 학과 개설 △경원 개원 △명상센터 건립 등을 세 가지 역점과제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스님은 “종단 내외에서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인재교육 및 양성을 위해 ‘계약학과’를 개설하려고 한다”며 “종무행정을 비롯해 불교문화재, 불교전통음악, 사찰음식, 상담교육 등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율론 삼장을 체계적으로 강학할 경원을 설치해 승가교육 전문도량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한다. 

“중앙승가대가 개교한 배경을 보면 사찰승가대학을 졸업한 스님들이 더 깊이 탁마하기 위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초기 설립취지로 돌아가 원전으로 불전을 강학할 수 있는 교육도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명상센터를 건립해 학인 스님들에게 간화선 활성화는 물론 저변확대에도 기여한다. 

스님은 “간화선 수행을 대표하는 선지식을 초청해 학인 스님들이 실참실수 할 수 있게 하겠다”며 “전통적인 학습법으로 선과 교를 공부하는 한국불교 중심교육도량이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스님은 임기 내 교수와 학생 스님들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한국불교학 발전을 위해 불교를 대표하는 학술지를 발간해 한국연구재단 등재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스님은 “매년 꾸준히 불교학 관련 박사를 배출하는 대학으로서 수준 높은 학술지 발간은 꼭 해야 할 과제”라며 “3년간 준비를 잘해야 등재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불교학연구원 편집위원회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종스님은 교수와 학생 스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 학인 유치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연간 출가자가 120명 안팎에 그치면서 기본교육기관마다 학인 모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승가대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는 신편입생 42명이 중앙승가대에 입학했는데, 전체출가자 수에 비춰보면 적지 않은 숫자다. 

스님은 “대학은 교수와 학생이 주축이기 때문에 교수들 연구가 활발해지고, 학생 스님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한다면, 대내외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고 학생 수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동문들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중앙승가대 출신 스님들이 종단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사회적인 책임도 크다”며 “그동안 학교가 질적 양적으로 확대된 만큼 3000 승가인이 더 투명하고 청정하고 봉사함으로써 종단은 물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면 학교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교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스님은 미래기획위원회와 별도로 학교 후원회 조직출범도 계획 중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재계는 물론 동문 스님들이 학교 발전에 관심을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후원사업도 개발할 생각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 중앙종회의장, 호계원장 스님 모두 우리 동문이고, 중앙종회의원 과반수가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했다”며 “우리 종단 스님들과 3천 동문들이 학교를 아끼고 지원하고 후원해준다면 승가대학은 물론 불교도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중앙승가대가 발전하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부대중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학인 스님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부처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신도들은 자연히 따를 수밖에 없다”며 “출가수행자는 중생들 바람을 이해하고, 원을 세운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도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님께서 맺어준 인연의 무거움도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출가자가 돼 지난 40년 동안 스님이 실천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2월25일 총장 취임법회 때 확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장에는 스님이 30년 전 주지를 산 서울 원통사 신도부터 강화 보문사, 남양주 천보사, 제주 관음사, 현재 주지로 주석하고 있는 창원 성주사 신도들까지 참석해 스님의 총장취임을 축하했다. 학교발전을 위해 후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중에는 장현운 중국 하얼빈시 경제인연합회장도 포함돼 있다. 스님이 관음사 주지 소임을 맡았을 때 처음 만난 장 회장은 중국 번마실업유한공사 회장으로 제주 외국인 투자자 중 처음으로 영주권을 받은 주인공이다. 

그는 원종스님과 10년 가까이 이어온 인연으로 이날 학교발전기금 5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수십 년 전 만난 주지 스님을 잊지 않고 따르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님이 기도를 통해 신행과 삶을 이끌어준 것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스님이 평소 부처님께서 준 인연을 얼마나 지중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원종스님은 오늘도 중앙승가대 미래 100년의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우수한 신입생을 확보하고, 재정안정을 통해 인재불사를 이루겠다는 원력을 실천하고, 3000여 동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로 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승가대 총장실에서 만난 원종스님.

■ 원종스님은…

원종스님은 범어사에서 흥교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0년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82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83년 범어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중앙승가대에 입학해 1987년 졸업했다. 재학 중 학교 교학국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기획실장, 총무처장을 역임했다. 중앙승가대학교 총동문회장과 학교법인 승가학원 이사 소임을 맡는 등 학교행정을 두루 살폈다. 또 서울 원통사 주지, 강화 보문사 주지, 남양주 천보사 주지,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 초심호계원장 등을 역임했다. 스님은 1983년 조계종 종정상, 1998년 황희문화상 정신문화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경찰청장상, 2008년 티베트 법왕청 세계불교 평화상 대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불교보감> <어리석은 친구와 짝하지 말라> <화엄경 보현행원품(보살의 길)> <범망경(깨달음으로 가는 길)>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 등이 있다.

[불교신문 3472호/2019년3월2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