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교미술이야기

배재호 지음
종이와나무

배재호 지음 종이와나무

불교는 한국인들에게 각별하다. 단순히 여러 종교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1700년에 달하는 역사는 그 장구한 시간을 거쳐 간 민족의 애환과 희망을 품고 있다. ‘하나님’이 나타나기 전 한반도의 대다수 사람들은 ‘부처님’에게 기도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과 미륵불과 약사불이 그들의 메시아였다. 우리 산천 곳곳에 불교식 지명이 붙어 있고, 일상적인 행사와 각종 의례에서도 불교의 흔적을 여전히 읽을 수 있다. 서양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려면 기독교를 알아야 한다고들 한다. 곧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교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불교만의 특색’ 찾아
전국 천년고찰 현장답사
체(體) 상(像) 용(用) 관점서
부처님 가르침 핵심 짚어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다. 부처님이 활동한 인도에서 싹터 아시아 전역으로 펴진 불교는 곳곳에서 다양한 변이를 일으켰다. 중국불교가 다르고 한국불교가 다르고 동남아시아불교가 다르다. 한반도에 전해진 불교는 중국과 인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중국과도 다르고 인도와도 다른 고유의 모습을 갖추어 오늘에 이른다. ‘우리 불교만의 특색은 무엇이고, 이런 특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불상(佛像)을 전공하고 불교문화연구를 수십 년간 업으로 삼은 저자가 품은 화두다. 

<나의 불교미술이야기>는 불상과 불화를 중심으로 한국불교미술의 근원을 살피고 있다. 사진은 책에 수록된 김천 직지사 약사불회도(藥師佛會圖) 부분.

저자인 배재호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불상과 불화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우리나라의 자연과 고스란히 반영한 산물이기 때문이며 그만큼 우리 불교의 특색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전국의 사찰을 직접 발품 팔아 돌며 주요 문화재들을 일일이 비교 검토했다. 책은  우리 불교와 이에 바탕을 둔 우리 문화의 뿌리를 추적한 결실이다. 전문가의 상세하고 친절한 안내를 통해 불교는 물론 한국문화 전반의 특징과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불교미술은 말 그대로 ‘불교’미술이다. 예술에 그치지 않고 신성하고 숭고한 종교적 메시지를 가르치기 위한 매개다. 본래 불교미술은 체(體), 상(像), 용(用)이 조화된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부처님의 모습은 불상과 불화 등의 상(像)을 통해 우리에게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이 상은 체(體)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체란 부처님의 삶과 말씀이다. 그리고 체와 상의 역할, 즉 쓰임새가 용(用)이다. 체와 상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용인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불교미술만의 상과 용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분석한다. 동시에 거꾸로 돌아보며 상과 용을 통해 체에 해당하는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에서 그 핵심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다. 

지적(知的) 순례에 비견되는 방법론이라 할 만하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동자가 진리를 구하기 위해 고행의 길을 떠난 과정과도 흡사하다고 자임한다. 마침내 저자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삶과 열망을 채색해 왔던 우리 불교미술의 특징과 그것이 우리 문화의 원형에 어떻게 새겨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름의 묵직한 결론을 도출해냈다. 강단에서 오래 봉직한 불교학자의 글이어서 다소 어려울 수도 있으나 불교미술사 전체를 개괄해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사진자료도 풍성하다.

책을 쓴 배재호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를 거쳐 1996년부터 용인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립대만대학 예술사연구소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불교미술사를 공부했다. <중국불상의 세계> <세계의 석굴> <동양미술사>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 방문학자, 대통령실 정책자문위원(문화재),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ICOMOS-KOREA 이사, 한국미술사학회 이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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