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첫걸음

만해 한용운 지음 마가스님 엮음

만해 한용운 지음 마가스님 엮음 숨

3·1운동 100주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서울 현성정사 주지 마가스님이 3·1운동의 주역이었던 만해 한용운의 저작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자비명상으로 유명한 저자는 투사의 이미지가 강한 만해의 시와 에세이에서도 부드럽고 말랑한 ‘자비’를 읽어낸다. “역사의 고난과 함께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언제나 내 마음의 평화에서부터 나온다”며 세상을 맑히려면 내 마음부터 맑히라고 조언한다.

<평화의 첫걸음>은 ‘마가스님이 엮은 만해 한용운 선집’이라 정리할 수 있다. 1부는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등 만해의 뛰어난 명시들을 수록했다. 2부는 승려로서 불교에 대한 안목을 느낄 수 있는 채근담 모음이다. 3부는 3·1운동 직후 옥중에서 집필한 조선독립의 서(序)다.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쓴 글로 일제의 만행을 비판하고 민족독립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논리가 탁월하고 시원시원하다. 4부는 독자가 청년들인 논설들만 발췌했다. 5부는 만해 한용운의 연보와 기미독립선언서 아울러 그가 썼다는 ‘공약 삼장’으로 엮었다. 말미에는 시인 조지훈, 소설가 홍명희, 국학자 정인보 등 근현대의 지성들이 만해에 대해 평가한 글들을 ‘만해 정신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간추려 실었다. 

한 사람의 일생은 대개 역사적 현실에 의해 규정된다. 그리고 역사적 현실을 치열하게 버텨낸 자만이 역사에 당당히 기록되게 마련이다. 일제강점기가 없었다면 만해의 위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은 만해가 지금 이 시대에 살았더라도 그 가치가 크게 빛났을 것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특히 ‘만해의 채근담’에서 두드러진다. 저항의 운동가 이전에 평화의 명상가로서의 면모가 보인다. “하늘이 복을 내릴 때 반드시 먼저 작은 화를 주어 경계하게 한다. 그러므로 화가 온다고 슬퍼할 것이 아니라 그 화를 살펴 자신을 구제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마가스님 역시 머리글에서 만해의 ‘입체성’에 관해 논하고 있다. “단순히 시인인 것만도 아니고 큰 깨달음을 가진 선사인 것만도 아니고 또 독립운동가인 것만도 아니고 그 모든 것을 갖추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선 한 시대의 젊은 정신이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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