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지는 연습을 해요

나토리 호겐 지음 강수연 옮김
양파

나토리 호겐 지음 강수연 옮김양파

인간세상의 핵심은 인간관계다. 인간(人間)이란 단어 안에 이미 그 중요성이 내포돼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문명이 발생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야 돈도 벌린다. 원만한 인간관계는 풍진 현실의 디딤판이 되어주기도 하고 바람막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잘 올라탄 ‘라인(line)' 하나가 10명의 친척보다 낫다. 그러나 연줄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끊임없이 눈치 봐야 하고 복종해야 하고 때로는 나를 포기해야 한다. 옛 선승들이 ’반연(攀緣)‘이라며 쓸데없는 인연들을 정리하고 은둔한 까닭이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으로 주가를 올린 일본의 나토리 호겐 스님이 인간관계를 주제로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말라며 경쾌하고 담백한 처세법을 강조해온 그다. 부담스럽거나 마뜩치 않은 인간관계에 머리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이번 책에서도 여러 약제들을 처방하고 있다.

마음 편한 인간관계 위한
38가지 구체적 지혜 담아
‘나는 나’라는 사실 명심
목표가 강하면 거절이 쉽다

<편해지는 연습을 해요>는 속 편한 인간관계를 맺는 38가지 지혜를 담았다. ‘나와 딱 맞는 사람과 만나는 법’ ‘누구와도 쉽게 대화하는 법’ ‘좋은 사람인 척하지 않아도 되는 법’ ‘하기 싫은 일을 능숙하게 거절하는 법’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부적절한 상황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수록됐다. 인간관계를 원천적으로 어렵거나 뒤틀리게 만드는 ‘마음의 응어리’를 치유하는 조언도 달콤하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책 속의 그림은 부부 일러스트레이터인 ‘네코마키’가 그렸다. 사진제공=도서출판 양파

특히 상담가로서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해답들이 매우 구체적이고 간명하다. 안 맞는 사람에게는 양보하는 태도로 마음에 ‘완충재’를 끼우고, 집요한 사람에게는 어른스럽게 선을 긋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소중한 과거로 삼아 간직하고,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을 때에는 ‘모두에게 호감을 받지는 않아도 된다’는 강단으로 과감히 인연을 끊자고 격려한다. 더구나 인간관계는 본질적으로 권력관계다. “편애를 하는 상사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기란 애초부터 기대하지 말고 신나게 일하라”는 ‘선동’은 여러 말단 직장인들에게 통쾌할 만하다.       

물론 아랫사람의 비애는 객관적으로 영원하다. 궁극적인 돌파구는 ‘목표의식.’ 삶의 더께들을 깎아내다 보면 결국 나 자신만 남는다.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깨달음을 얻겠다고, 문수보살은 지혜로 깨달음을 얻겠다고 선언했다. 인생에서 지향해야 할 목표를 확실히 정한 만큼, 남들이 무어라 하든 거기에 동요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목표를 향해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나가다 보면 남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다. ‘나는 나’라는 사실을 유념하자는 결론이다. 부탁을 거절할 때에도 목표는 똑바로 서있어야 한다. ‘기분 좋게 살고 싶다’ 또는 ‘부당한 취급을 받는 희생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목표가 확고하면 좀 더 자신감 있게 싫은 걸 싫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목표가 있으면, 참을 수 있다. 

글을 쓴 나토리 호겐은 ‘연습’의 귀재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 ‘모으지 않는 연습’ ‘포기하는 연습’ ‘흔들리지 않는 연습’에 ‘편해지는 연습’까지, 저서의 제목마다 ‘연습’이 붙었다. 불교의 교훈을 실제 삶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들이다. 거칠고 팍팍한 인생을 조금이라도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만들려면, 남보다 더한 사색과 실천이 필요한 법이다. 곧 연습이란 말은 수행이란 개념의 순화이겠다.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현재 못토이후도(元結不動) 미쓰조인(密藏院) 주지로 일하고 있다. 실용적 글쓰기가 뛰어나다. 각각의 문제마다 한 줄짜리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가족포교를 하는 승려다운 문체다. 친절하고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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