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철학 - 역사 분석

데이비드 J. 칼루파하나 지음
나성 옮김
이학사

데이비드 J. 칼루파하나 지음 나성 옮김 이학사

불교는 종교인 동시에 철학이다. 인류가 수 천 년에 걸쳐 일군 지성의 결정체다. 부처님이 만들었지만 불교를 발전시킨 주역은 사람들이다. 자기만의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인간의 주된 특징이다. 그래서 불교에도 논쟁이 있었고 때로는 분열이 있었고 변증법적인 통합도 존재했다. 사실 부처님도 사람이었다. <불교철학-역사 분석>은 종교로서 신비화되기 이전의 불교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1부에서는 인도의 사상적 배경 속에서 불교가 발생하게 된 철학적 종교적 맥락을 개괄했다(초기불교). 2부에서는 부처님 열반 이후 변화하기 시작하는 불교 사상을 추적하면서 이른바 소승불교와 대승불교로 갈라진 뒤 각각의 분파가 이뤄낸 철학적 발전을 살펴본다(후기불교).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영원하지 못하다(제행무상)”는 부처님의 말대로 당신의 근본 가르침은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변이를 겪었다. 후대의 학파들은 자신들이 ‘부처님의 진정한 대변자’라 주장하며 자신들의 잣대에 따라 불교의 근본을 해석하고 규정해왔다. 책에서는 불교판 ‘제자백가’의 발생배경과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인 칼루파하나는 스리랑카의 저명한 불교학자다. 1972년부터 미국 하와이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불교와 평화에 관한 종교간 국제회의를 주관했다. 책이 무엇보다 주목하는 주제는 대승과 소승으로 종파가 분열되기 이전 초기불교의 철학적 견해이다. 저자는 대승과 소승에 의해 부처님이 신적인 존재로 격상되면서 불교의 근본 가르침도 과장되거나 왜곡됐다는 문제의식을 갖는다. 

예컨대 부처님이 이야기한 ‘고(苦)’란 생로병사와 같은 극심한 실존적 고통이 아니라 본래 ‘심리적 정서적 불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부처님이 성취했다는 열반 역시 당대에는 요가수행자들의 어떤 신묘한 경험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서양 불교학자들의 과잉해석으로 열반이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부처님의 능력과 가피를 굳게 신뢰하는 불자들이라면 글쓴이의 논리를 인정하기 힘들다. 더구나 논문식이어서 술술 넘어가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교도 결국 사람이 만들고 발전시켜온 것이라고 본다면, 불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새 관점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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