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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불교국가 포용 외교에 한국불교 없다?40- ‘신 남방 정책’과 불교

 

세계 경제 강국으로 부상 중

인도 아세안 중시 외교 정책

1970년대 남방 외교와 닮아

 

당시는 정부 불교 손 잡았고

현재는 서로 아무 관심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부터 16일까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정책 브리핑에서 문대통령의 이번 3개국 국빈 방문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신남방 정책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 국가들로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각 방문국과 양자 차원의 실질 우호 협력 관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대변인은 “신남방정책의 핵심축인 아세안과 함께 역내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고, 금년 하반기 추진 중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협력의 기반도 강화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캄보디아 등 방문

신남방정책은 현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주요 대외정책이다. 그 핵심은 아세안 및 인도와의 관계를 4강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경제·외교 다변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동남아 순방에서 ‘사람, 상생공영, 평화((People, Prosperity, Peace)’ 즉, 일명 3P를 신남방정책의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신남방 정책은 아세안 및 인도를 핵심 협력 파트너로 상정하고 이 지역과 경제적 연계를 강화해서 새로운 번영의 축을 구축하자는 전략이다. 또한 한반도와 4강 중심의 외교를 넘어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확대하고, 아세안과 인도와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하나의 단일한 지역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지역통합 전략이기도 하다.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펴는 이유는 경제적 외교적 이익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 및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외교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의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이해를 넓히기 위한 외교다변화 전략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북미협상이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기반 확보도 절실하다. 이러한 점에서 신남방정책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자산과 국제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고자 하는 외교다변화 정책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신남방 정책 외교를 펴는 나라들은 대부분 불교국가다. 인도는 힌두교 국가이지만 불교 발생지이다. 불교신자 수는 적지만 인도인들은 자국이 배출한 석가모니 부처님을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출가지인 룸비니 동산과 왕궁 카필라성 유적을 제외한 다른 성지가 모두 현재 인도에돼 있다. 아세안 10개국 중 타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오랜 불교국가다.

 

신남방 대상지 대부분 불교국

현 정부의 신남방 정책은 1960, 70년대 아세안 진출 외교 정책과 정확하게 닮았다. 당시 정부는 북한과 국제무대에서 우방국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 전쟁을 펼쳤다. 1960년대 까지 모든 면에서 북한 보다 열세였던 한국은 제5차 경제개발 성공을 바탕으로 1970년대 부터 국제무대에 활발하게 진출했다. 이는 혈맹국이던 미국이 적대국이던 중국과 교류 하는 등 전통적인 미소 냉전 체제가 흔들리는 국제 외교관계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소련과 대립하던 미국은 같은 공산권이던 중국이 소련과 갈등하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중국과 이른바 핑퐁 외교를 펼쳤다. 한국전쟁에 적국으로 참전했던 중국과 손잡는 미국을 보고 한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런 냉혹한 국제 질서가 한국으로 하여금 제3세계라고 불리던 동남아 등에 눈길을 돌리는 외교 정책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정부는 불교를 앞세웠다. 아시아의 제3세계 국가들은 대부분 불교 국가였다. 이 점을 정부와 한국 불교계가 십분 활용한 것이다. 그리하여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국불교는 정부의 외교 대사로 활약했다. 정부도 대통령과 영부인이 나설 정도로 적극 지원했다. 대표적 행사가 1970년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세계불교지도자 대회였다. 이 행사는 한국불교가 주도하여 한국에서 열린 첫 세계 불교대회였다. 세계불교지도자 대회에는 중국, 남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파키스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티베트, 홍콩, 일본 등 동아시아 25개국 250여명이 참석했다. 대만의 백성, 베트남의 차우 스님 등 국제적 인물이 대거 참석했다. 정부가 외교 대상으로 삼은 국가의 최고 불교지도자들이 대부분 참석한 명실상부한 국제 불교 대회였다. 대회는 겉모습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정부 행사였다. 준비위원회 명단에는 정관계, 재계, 언론, 학계 대표자들이 총망라됐다. 행사기간 동안 세계 각 국 참가자들은 불국사 등 사찰 뿐만 아니라 판문점을 둘러보고 한창 시작되던 산업시설도 시찰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각국 불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국무총리, 문공부 장관, 농림부 장관 까지 만찬 오찬을 베풀었으며 행사는 워커힐 등 특급호텔에서 주로 열렸다. 국제불교행사는 1970년대 중반 까지 계속됐다. 1971년 10개국 22명의 고승들이 참가한 세계고승합동대법회가 열렸으며 1973년 제2차 세계불교청년지도자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12개국 62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도 참가자들은 사찰 뿐만 아니라 공업단지 새마을 운동 현장을 둘러보고 육영수 여사가 만찬을 베풀었다.

 

정부가 나서 불교국가 초청

 

한국불교도 아세안으로 향했다. 당시 정부가 주도한 가장 대표적 남방정책이 룸비니 개발이었다. 룸비니는 1896년 독일인 고고학자 휘러가 이곳에서 아쇼카 대왕이 세운 석주를 발견하면서 부처님 탄생지로 인정받았다. 1967년 불교신자이며 유엔 사무총장이던 우탄트가 국제 사회에 룸비니 개발을 제안하고 1970년 인도 일본 캄보디아 네팔 스리랑카 등 13개국이 참여하는 국제룸비니위원회가 발족하면서 개발이 본격화됐다. 우리나라도 1973년 정부 주도로 룸비니개발위원회에 참여하는데 위원장에는 육영수 여사의 친오빠이며 국회문공위원장인 육인수 씨가 맡았다. 전국신도회 김제원 회장, 조중훈 한진그룹회장, 함병선 예비역 장군 등이 참여했다. 위원회 임원진 면면은 룸비니개발 한국위원회가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1976년 5월에는 종정 서옹스님을 단장으로 종회의장 녹원스님, 해인사 주지 도광스님, 총무원 재무부장 월서스님, 사회부장 혜성스님과 김제원 신도회장, 국회의원 서영희, 윤여훈, 서인석 등 정계 인사들이 대거 스리랑카를 국빈 방문해 양국이 외교를 맺는데 큰 기여를 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수상과 각 종파 지도자들이 한국 대표단을 맞았다. 이 방문 역시 정부가 기획하고 주도했다. 당시 사절단으로 참가했던 월서스님은 “중앙정보부의 조과장이라는 사람이 행사를 기획하고 인솔했다. 당시 스리랑카는 세계최초의 여성 수상인 반다러나이케 여사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친 사회주의 정책을 폈다. 스리랑카를 통해 중국 등 사회주의권과 교류를 모색하던 정부의 정책을 위해 불교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월서스님은 “국회의원들이 우리 보다 앞에 앉았다가 스리랑카 지도자들이 혼을 내고 뒤로 쫓아낼 정도로 스님들을 아주 극진히 모셨다”고 덧붙였다. 월서스님의 회고처럼 불교를 앞세웠기에 성공했던 외교였다.

 

내용 조차 모르는 종단

 

그러나 지금의 신남방 정책에는 불교가 없다. 정부도 불교와 손잡을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종단 역시 이 정책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총무원 기획실의 담당 팀장은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관련하여 종단에서 준비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종단에 요청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홍보실 관계자도 “문화 전반에 관한 교류 정책은 있지만 불교에 특정해서 사업을 기획하거나 불교계에 요청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불교와 협력을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조계종단에서 안을 내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1970년대처럼 정부가 불교를 적극 앞세우지는 않는다해도 상호 협력하면 양측 모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불교계 한 원로 언론인은 “정부의 동남아 진출 정책은 한국불교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라며 “한국 불교를 적극 알리고 상호 교류하는 문화 외교 장으로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한국불교와 손잡는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불교는 20여년 전부터 수많은 국제구호 단체를 통해 동남아의 불교국가와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한국 신자들의 성지 방문도 활발해 이 나라의 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아세안 국가에서 활동하는 불교 국제 구호단체들은 한국의 호감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불교 국제 구호단체 중 지구촌공생회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구촌공생회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네팔에 지부를 설치하고 깨끗한 물 공급, 교육지원, 자립 지원, 지역개발, 지뢰제거 등의 사업을 펼쳐 지역민과 정부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한국과 한국불교 홍보에도 큰 역할을 한다. 로터스 랜턴이 캄보디아 시엠립에 학교를 건립하여 교육과 의료 식수 등을 지원하는 것도 한국불교가 아세안에 진출한 모범 사례다. 종단의 아름다운 동행도 네팔 지진 구호 등 동남아불교국가 후원 활동이 활발하다. 월서스님이 운영하는 천호월서희망재단은 캄보디아 오지마을에 교과서 및 학용품 후원을 시작으로 네팔, 라오스, 미얀마 등 불교국가에서 구호활동 및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세안 국가 출신의 스님들과 불교단체들도 이들 나라와의 가교를 담당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한국에는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네팔 태국 등 아세안 국가에서 조계종으로 출가한 스님들이 다수 있다. 이들은 이주민 노동자들 법회를 주관하거나 한국을 오가며 문화사절단으로 활동한다. 한국불교의 불교국가 후원 및 성지순례는 순수한 지원과 문화 교류라는 측면에서 기독교의 선교와 다르다. 그런 점에서 동남아 국가와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 한 재가종무원은 “한국불교가 오래 전부터 신남방정책의 주 무대인 불교국가와 활발하게 교류하며 지원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종단이 이를 토대로 정부와 협력하면 한국불교의 국제 무대 진출에 도움을 받고 정부도 외교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종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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