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한 줌 바람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만났다

지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상은 빈 그릇이었다

사람이 숨 쉬다 돌아간 발자국의 크기
바람이 숨 쉬다 돌아간 허공의 크기

뻥 뚫린 그릇이다, 공(空)의 그릇

-이영춘 시 ‘노자의 무덤을 가다’에서


노자는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강조했다. 또 무위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가르쳤다. 생명이 다하면 흙과 바람으로 돌아간다. 흩어진다. 무상(無常)하다. 일생 동안 삶의 발로 밟고 지나온 일이 마치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간 일과 같다고 하니 그 자취가 없다. 사람의 일이 바람의 일과 다르지 않다. 허공에 짓고 세운 “공(空)의 그릇”에 다름 아니다. 

경전에서는 “과일이 다 익으면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듯이, 옹기장이가 빚은 질그릇이 깨지듯이 사람의 목숨도 그러하다.”라고 했다. 이와 같다면 허망하다고 생각할 일이 아니라 무욕을 행할 일이다. 이와 같다면 매일 매일의 시간을 더 귀하고 소중하게 살 일이다.  

[불교신문3471호/2019년3월16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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