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사미사미니계 수계식 3000배 정진부터 가족 참여

지난 6일 제8교구본사 직지사 만덕전에서 봉행된 조계종 56기 사미사미니계 수계식에 참석한 가족들이 사미계를 수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신재호 기자

지난 6일 제8교구본사 직지사 만덕전에서 봉행된 조계종 56기 사미사미니계 수계식에서 스님이 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부모에게 절하는 의식이 봉행됐다. 출가해 스님이 된 후에는 나라의 왕이나 부모에게 절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최후의 일배라고 불리는 의식이다. 사미의제를 한 스님들은 만덕전 뒤편에 앉아 있는 가족들에게 절했다.

이날 단연 눈에 띄는 존재들은 사미사미니계를 수지하는 스님들보다 가족들이다. 이들은 아들이나 딸, 혹은 형제자매가 세속을 벗어나 스님이 되는 장엄한 순간을 함께 지켜보고 축하하기 위해 직지사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누구보다 감격스럽고 벅찬 표정으로 수계식을 지켜보는 가족들을 보는 모습은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사미사미니계 수계식은 스님들 사이에서 전승되는 의식이었고, 재가자들은 수계식이 봉행되는 장소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수계식이 봉행되는 전각 주변으로 금줄을 치거나 철문을 닫아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종단이 단일계단으로 사미사미니계 수계식이 봉행된 이래 수계식장 주변에는 계를 수지하고 나올 스님들을 기다리는 가족이나 신도를 보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사미사미니계 수계식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가족들을 참석하게 해 자유인이 되길 선택한 스님들 결정을 축하해주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사미사미니계 수계교육 유나를 맡은 통도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덕문스님이 있다. 스님은 “ “위대한 포기라 불리는 출가를 자랑스러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해 가족들부터 인식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수계교육 회향식에 앞서 가족들을 초청하자고 제안했다. 수계교육에 입교한 행자들에게 가족을 초청하고 싶은지 의견을 수렴하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석을 권했다. 신청한 행자 가족들에게 회향 하루 전 진행되는 3000배 철야정진 때부터 동참해 회향식과 수계식까지 함께 하도록 배려했다. 가족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궁금하던 차에 연락 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하고, 꽃다발을 들고 오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은사 스님과 신도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실제로 50기 수계교육 때는 출가한 남동생을 격려하며 두 누나가 함께 3000배 정진을 했다고 한다. 출가가 현실도피가 아니라 행복해지는 가장 훌륭한 선택이란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 점점 많은 가족들이 수계식에 참석해 출가를 축하해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덕문스님은 “대만 불광사에서 1년에 한번 스님 가족들을 초청해 잔치를 열고, 스님이 사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소개하고 가족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며 “모두가 축하하고 찬탄할 만한 선택이 바로 출가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공감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불교신문 3471호/2019년3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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