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로봇 카페에 다녀왔다. 로봇 바리스타가 차와 커피를 만들고 서빙까지 한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 로봇이 시원한 커피를 준다. 앞으로는 홀로그램과 같은 직원도 나온다니 로봇 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SF영화 속에서만 보던 일들이 실제로 우리 삶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참 빠르고 편리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시간적 여유도 많아져야 하는데 지식의 홍수에서 우리 마음은 어지럽고 분주하기만 하다. 복잡하고 빨라져 가는 세태에 자신마저 잃어가고 있다. 문명의 이기와 편리 속에서도 궁극적 본질을 함께 아는 삶이 진실한 삶이다. 과학의 발전인 스마트폰이나 로봇도 겉모습의 변용(變容)일 뿐 궁극적 실재는 늘 있어왔다 

우리 시대에 진정한 치유는 무엇일까?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그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육바라밀의 선정(禪定), 보물과도 같은 부처님의 빛은 이 시대에 더욱 소중하기만 하다. 우리 삶도 한국 수묵화의 여백, 그 아름다움처럼 생각을 멈추고 고요하게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잠시 쉬며 고요한 정신으로 집중하는 것, 모든 것은 변하며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안다는 것, 일상의 깨달음을 새기며 삶을 산다는 것, 참자아를 찾는 시간, 이러한 것들이 오늘날의 선정(禪定)인 듯싶다. 마음의 고요함. 그 쉼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고 존재 가치를 깨닫는다. 그리고 모두와 하나인 나를 찾자. 내 안에 고향 부처님을 바라보자. 잠시만 쉬어가자. 길 가에 낮은 꽃이라도 그 노랫소리를 들어보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스승의 죽비소리 되어 질문을 한다. ‘너는 어디로 가느냐고 청정의 바다에서 연꽃향기 풍기며 지내느냐고.’ 답은 이미 고요 속에 있다. 주위를 돌아보고 여유를 갖고 살자. 우리 안의 신성한 향기를 기억하면서.

회광반조(廻光返照)의 순간을 떠올린다. 새벽별 빛나는 밤 선정 속의 득도 후, 우리를 위한 부처님의 말씀은 수천 년 지난 오늘도 희망으로 생생히 살아있다. 부처님의 생명은 끝과 시작이 없고 한계가 없다. 고요 속에 깊은 울림이다. 어디선가 다시 한 번 죽비소리가 울린다. 

[불교신문3470호/2019년3월13일자]

차진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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