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일대 단계적 토지 매입 계속
불교문화 접하는 복합공간으로 조성
기금 모연, 불사추진위 활동은 숙제로

한국 불교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조계사 일대를 재정비하는 총본산성역화불사가 기지개를 펼 전망이다. 종단은 그간 총본산성역화불사와 함께 10.27법난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기념관 사업이 토지 매입의 벽에 부딪히면서 두 사업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종단이 10.27법난기념관 부지를 서울 봉은사와 개운사로 확정 짓고 기념관 건립과 성역화 사업을 분리해 추진키로 결정함에 따라 성역화 불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종단은 그간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가 사격(寺格)에 걸맞는 도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조계사는 한국 불교를 상징하는 역사적 공간이자 사찰 건축과 탑, 참선, 다도 등 유·무형문화재를 두루 갖추고 있어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대표 명소로 꼽힘에도 불구하고 낙후한 주거·상업시설에 가려져 그 가치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제약에도 성역화 불사를 위한 조계사 일대 정비는 착착 진행돼 왔다. 2011년 조계사가 삼오모텔(현 조계사 100주년 기념관)을 매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성역화 불사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때는 2016년부터다. 조계사는 대웅전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던 지상5층 콘크리트 건물인 ‘을유문화사’에 이어 그 다음해인 2017년 일주문 인근 ‘상아불교사’ 등이 입주해 있던 상가 건물들을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종단과 조계사가 수십년 간 토지 소유주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며 오랫동안 공들인 결과다.

이를 계기로 대형 빌딩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총본산이 서서히 위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상가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던 조계사 일주문 일대가 깨끗하게 정비되고 사찰 전경을 가로막고 있던 지상4층 조계사 신도회관 철거까지 완료되면서 조계사는 총본산으로서의 모습을 일신했다. 확 트인 경관을 확보함은 물론, 을유문화사가 있던 땅 위에 짓고 있는 '조계사 어린이집'은 종교와 관계 없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오는 8월 개원을 앞두고 있다. 조계사 후원에 자리한 수송공원 인근 옛 ‘유정’ 건물에는 지상4층, 지하1층 규모 ‘조계사 청년센터’를 위한 리모델링도 한창이다.

적지 않은 제약과 경제적 부담 속에서도 성역화 불사에 대한 종도들 관심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종단이 2015년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 모연의 밤’을 시작으로 성역화불사추진위를 통해 본격적으로 불사 기금 마련을 시작한 지 약 4년, 그간 모연된 기금만 100억원에 달한다. 불사 소식을 전해 듣고 장학금을 내놓은 10대 청년, 서울에 올 때마다 조계사에 들른다는 강원도 춘천 노보살 등을 비롯해 전국 사찰과 스님들이 때마다 기금을 전한 결과다. 현재 진행중인 성역화 부지 땅 1평을 100원짜리 동전으로 덮을 수 있는 금액, 60만원을 약정하는 ‘기원정사처럼 성역화 불사’ 캠페인 동참 열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종단은 최대 숙원 사업인 총본산성역화불사를 장기적으로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조계사가 자리한 견지동, 수송동 일대 토지 매입을 단계적으로 지속해 국내외 방문객들이 도심 속에서 한국의 살아 숨 쉬는 불교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체험 공간을 마련한다. 젊은층을 아우를 수 있는 현대적 문화 시설 등도 건립한다. 한국불교 뿌리이자 역사적 정통성을 상징하는 조계사 인근을 정비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고 스님들 교육, 신행, 수행 공간은 물론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휴식처로 도심 속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성역화 불사와 함께 진행되던 10.27법난기념관 건립 사업이 분리되면서 성역화 불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니다. 한 채당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부지 매입비 기금 마련을 비롯해 종단과 조계사가 짊어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조계종 성역화불사추진위 활동도 남겨진 숙제다.

총본산성역화불사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지현스님은 “종단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겠다”며 “사부대중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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