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이사회에 바란다

전 선학원 이사 성열스님.

지금 우리 재단은 누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사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났음에도 뻔뻔스럽게도 이사장 자리에 버티고 있어 법인구성원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는 임원들의 몰지각한 처신이 법인구성원들 모두를 무지하고 염치없는 자들로 만들고 있다. 한때나마 재단의 이사였던 내가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부끄럽고 참담하다.

재단과 종단과의 관계정립도 미해결인 채 이사장을 비롯한 몇몇 이사들이 종단으로부터 멸빈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있는데, 그들은 이것을 재단을 위해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니,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 재단이 처한 문제들은 전국의 창건주나 분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도 모자랄 판인데, 재단을 이끌어 가야할 임원들이 엉뚱한 결의나 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사실 종단에서 독립하자면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될 것이고, 도제들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문제는 엄청난 자금을 요하므로 반드시 창건주와 분원장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무엇이 그렇게 구렸던지 전국 창건주․분원장 회의조차 한 자리에 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재단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원들이 하는 일을 비판하면 창건주의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식의 말도 되지 않는 결의를 하였다니, 임원들이 정신이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들인지도 의심스럽다. 저들 역시 『반야심경』을 독송할 것인데, 무엇이 전도몽상인지 알고나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 무지몽매를 하루 속히 거두어 내기를 바란다. 그들의 처사로 볼 때 소위 막가파식도 유분수지, 어찌 그럴 수가 있겠는가! 그들에게서 밝은 이성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하겠다.

그간 짬짜미로 의결한 재단의 정관과 모든 규정을 공개하기를 바란다. 재단의 기초인 창건주나 분원장들이 알아서는 안 될 사항이 있어서 임원들이 짬짜미로 이사회를 열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임원들이 저질러온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런 비밀스러운 일이 있어서 그 동안 전국 창건주 ․ 분원장 회의를 한자리에서 열지 않았다면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약 합당하지 못한 처사가 있었다면 장차 그러한 결의를 한 임원들이 법적으로 공동책임을 져야만 마땅할 것이다. 물적 책임을 질 수 없는 사람이 재단에서 임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그래서 그동안 재산을 증여한 사람들이 임원으로 선출해 왔는데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임원이 되면서부터 재단의 파행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책임을 지지 않을 사람이 무슨 결의인들 못하겠는가! 재단이 파행적으로 치닫는 것을 더 이상 놓아두지 말고, 전국의 창건주 ․ 분원장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 이 파행을 막아야만 한다.

종단을 창립하여 조계종에서 독립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수계도량을 따로 차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이니, 그 태도를 분명히 해주어야 할 것이다. 종단의 일방적인 억압이나 징계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나 후원도 없이 종단으로부터 멸빈을 당한 것이 억울하고 분한 일이라고 떠드는 것은 반응이 없는 메아리가 될 터이고 당랑거철의 무모함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니 전국의 창건주 분원장들을 하루속히 소집하여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소상하게 밝히고 지지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발전을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보았듯이, 지금 우리재단이 처한 도전에 효율적으로 응전하기 위해서는 재단 전체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만 함에도 일부 임원들끼리만 뭉치면 되는 양 안하무인격으로 전횡을 일삼고 있으니 딱하기 그지없다. 지금 당면하고 있는 재단의 도전은 몇몇 임원들이 짬짜미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벅차는 일이니, 더 이상 헛꿈을 꾸지 말고 정신 차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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