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이야기의 풍성한 ‘보물창고’입니다”

사찰연기와 설화 등 '불교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김승호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 사진은 지난 2월 포르투갈을 방문했을 당시 한 서점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찰연기, 스님 문집 등 연구
한국문학사 불교 관련성 탐색
교사 기자 거쳐 모교 교수로

“불교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처님 일대기와 경전뿐 아니라 스님들의 문집이나 불교설화에도 이야기가 풍성합니다.” 김승호 동국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는 불교를 ‘이야기의 보물창고’라고 강조했다.

고전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김승호 교수는 불교전기 소설 <부설전(浮雪傳)>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오랜기간 ‘불교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일연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를 비롯한 각종 불교문헌과 사찰에 전해 오는 탑비, 기록문, 구전 설화 등을 수집해 <한국사찰연기설화>를 펴내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삼국시대 해외에서 활동한 스님들의 이야기를 서사문학적 관점에서 살핀 <중세 불교인물의 해외전승>을 펴내 주목 받았다. <고승전> <속고승전> <송고승전>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해외 불교 문헌 50여 종을 기초로 했다. 

당시 김승호 교수는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문학계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불교 전래가 지닌 의미와 문화적 충격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면서 “초기 한국문학사를 거론할 때 불교와의 관련성은 반드시 점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어문연구(語文硏究)> 제46권에 ‘박연(朴淵)의 노힐부득 달달박박과 설화이주(說話移住)’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개성 박연 폭포에 노힐부득 달달박박의 석불이 조성된 까닭을 설화 전승적 측면에서 살핀 논문이다. 김승호 교수는 이 논문에서 창원 백월산(白月山) 산남사(山南寺)의 창건 유래를 밝힌 연기담(緣起談)인 이성담(二聖談)이 개성까지 확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승호 교수는 “박연(폭포)의 입지가 백월산 이성(二聖,미륵불, 아미타불)의 수행처와 흡사한 탓에 외래전설인 노힐부득, 달달박박 이야기가 개성권(圈)에 거부감 없이 정착될 수 있었다”면서 “신성성과 영험성을 답보한다면 선행서사일지라도 편승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불가 특유의 설화 수용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 전설보다는 민담성(民譚性)을 강하게 갖춘 ‘남백월이성담’의 양식적 속성과 결부된 점을 꼽았다. “관용적이며 너그러운 심성, 엄격하고 까다로운 심성을 대립시키고 있는 것이며 성불을 앞세운 겨루기 식의 전개는 ‘남백월이성담’의 민담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양식적 특성 때문에 이성담은 신라에서 고려로, 창원권에서 개성권으로 수월하게 진행됐습니다.”

충남 홍성 출신으로 홍성고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김승호 교수는 고교교사를 거쳐 한국일보 기자로 재직할 당시 모교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국대 교육대학원장겸 사범대학장, 한국불교문화학회장, 한국불교어문학회장, 국어국문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5년에는 조계종 신도교재 <불교문화> 집필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다. 법명은 한산(寒山)이다.

김승호 교수는 앞으로도 불교 관련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스님들의 개인 전기나 기록을 담은 사기(私記)를 집중적으로 살필 생각이다. 김승호 교수는 “이전에는 스님들의 전기나 자서전을 많이 봤는데, 이제부터는 사기나 문집에 등장하는 편지글에 관심을 갖겠다”면서 “더불어 스님들의 출가 전후 상황이 기록된 사대부들의 문집도 살펴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