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마음서재

1995년 중앙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 ‘브룬디’에서 새로운 도안의 지폐가 발행됐다. 전 대통령 은다다예의 얼굴이 사라지고 전통조각 그림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과 내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폐의 세계사>는 여러 국가들의 지폐 속에 숨은 다양한 사건과 비밀을 읽어낸다. 지폐는 한 나라의 정체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저자는 유명한 인문학자이자 미학자다. 유년 시절 우연히 빛바랜 외국 지폐를 손에 넣은 것을 계기로 25년 동안 97개국을 여행하며 세계 각국의 지폐를 수집했다. 그리고 모든 지폐는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끼리 또는 시장에서 우리는 역사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정요근 외 지음
역사비평사

알다시피 조선은 고려를 멸망시키고 탄생한 왕조다. 그러나 고려라는 국명이 사라졌다고 해서 고려의 흔적이 완전히 제거되는가. <고려에서 조선으로-여말선초, 단절인가 계승인가>는 조선왕조의 개창을 ‘과거와의 단절’ 혹은 ‘미래로의 발전’의 관점에서 한 걸음 나아가 ‘연속’과 ‘계승’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예컨대 조선의 근본 이데올로기였던 성리학은 이미 고려 말기에 수입된 학문이었다. 또한 책은 고려의 몽골 복속이 변동의 중요한 계기였다고 말한다. 이어 세상의 중심(중국)이 몽골인이 세운 원나라에서 한족이 세운 명나라로 바뀌면서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은 필연적 운명이 되어버렸다. 국가의 변화는 단순히 왕조의 교체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좀 쉬라고
호르몬에서 힘을 살짝 빼준 거야

막심 레오·요헨 구취 지음 원성철 옮김
모래의 책

나이가 들면 대부분 갱년기를 겪는다. 여러 신체적 변화로 인해 감정이 흔들리고 널뛰다가 끝내 위축되고 우울해진다. 책은 “사춘기는 끔찍하다. 하지만 갱년기만큼 끔찍하지는 않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갈수록 낡아가는 몸 때문에, 낡아지는 몸을 바라만 봐야 마음 때문에, 스스로가 초라해지고 이중고를 겪는 것이 인생이다. 반면 독일인인 저자들은 갱년기 따위엔 꿈쩍도 않을 만한 자유인들이다. 법관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법관 임용을 기다리던 도중에 돌연 언론인학교에 입학해 기자가 됐다. 그러더니 서로 의기투합해 소설을 공동창작해서 영화화하기도 하고 드라마대본을 같이 쓰기도 한다. 그들은 “극단적으로 사실적이고 극단적으로 재미있는(아마존 독사서평)” 이야기로 제2의 질풍노도를 겪는 중장년들을 웃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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