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에서 제작한 조찬 기도회 안내문.

영등포구, 구청장 명의로
조찬기도회 안내문 발송
“종교중립 의무 망각한 행위”
불교계 곧바로 대응에 나서

서울 영등포구가 관내 교회에서 열리는 조찬 기도회를 직접 주관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영등포구(구청장 채현일)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조찬기도회를 2월27일 관내에 위치한 대길교회에서 개최한다”는 안내문을 제작해 관내 교회와 구청 내 기독교모임 직원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구에서 만든 해당 안내문에는 구청장 명의로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임하시길 기원한다”며 “영등포구민의 안녕과 화합을 위한 3.1절 조찬기도회를 갖고 한다”는 초대 문구가 적혀있다. 문의처에는 구청직원의 연락처가 표기돼 있다.

이와 관련해 담당직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영등포구 문화예술 및 생활체육 진흥 조례’에 근거한 지원사업”이라며 “이를 근거로 관내 교회에서 신청이 들어와 구청이 지원하는 것일 뿐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찬기도회는 연례적으로 지원하는 행사”라고도 했다. 담당자가 근거로 제시한 ‘영등포구 문화예술 및 생활체육 진흥 조례’를 살펴보니 관내에서 펼쳐지는 체육행사를 비롯해 문화행사, 지역축제, 그리고 각 종교단체의 종무활동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구에서 조례에 근거해 종무활동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전체 공고하는 과정은 없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관내에 있는 사찰과 성당 등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알 수 없기에 신청 자체를 할 수 없었던 셈이다. 구청 담당자는 ‘공식 공고절차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교회에선 신청할 수 있었냐’는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종교 편향 논란이 커지자 그제야 관련 업무 책임자인 이기현 영등포구 문화체육과장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차후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인지한 불교계는 곧바로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 2월25일 영등포구에 ‘구청장 조찬기도관련 종교편향 진상규명 요청’ 공문을 보냈다. 종교평화위원장 만당스님은 “종교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선출직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의무를 망각한 행위”라며 “영등포구에서 관련 공문 회신을 검토한 뒤 향후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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