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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천안] 말모이 비밀작전
  • 김숙현 논설위원·희곡작가
  • 승인 2019.02.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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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올해는 3·1만세 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1919년 3·1운동 당시 총 시위 횟수와 규모가 일제가 밝힌 통계보다 두 배 이상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국사편찬위원회가 방대한 자료를 조사한 결과 기미년 항일운동은 전국과 해외를 합산해 일제 통계보다 두 배 많은 1716회에, 시위 참석자도 100만명이 넘는 대규모 민족운동이었음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일제 강점 35년동안 다양한 단체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국권회복’이라는 깃발아래 지속적으로 투쟁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개봉된 엄유나 감독의 영화 ‘말모이’는 민들레처럼 짓밟힘을 당하면서도 일어서고야 마는, 보통 사람들의 한국어 지키기, 실화가 바탕이다. 

‘말모이’는 일제의 탄압이 가장 극심했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제는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민족의식과 정신을 없애기 위해 조선어 교과목을 폐지하는가 하면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한국말과 노래를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물과 공기처럼 거침없이 사용했던 말과 이름까지 빼앗기게 되자 애국이니 애족을 생판 모르던 사람들까지 나라 잃은 설움이 피부에 와 닿게 되는데, 영화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 분)은 일제에 맞서서,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기초로 사전을 만들기 위해 한글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작업을 이어간다. 뚜렷한 사명감과 함께 벌써 10년 넘게 사전 편찬에 공을 들여온 학회 회원들과 달리 전과자에 까막눈이인 홀아비 판수(유해진 분)가 입사한다. 

일제의 감시와 탄압이 시시각각 조여 오는데 조선 팔도의 언어와 사투리를 모두 취합하자면 적지 않은 품과 시간이 드는 일이다. 그럴 때 판수가 그간 감옥과 난장을 넘나들며 사귄 제주도에서부터 최북단 함북출신의 사람들을 몰고 와 전국각지의 우리말을 모으는 데 큰 힘을 보탠다.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보통사람들, 판수의 감옥 동기, 넝마처럼 취급받던 막일꾼들, 식자(識者)층이 못돼 검열에서 비껴난 그들의 저력과 작은 힘들이 일제의 허를 찌르며 우리말을 지켜내는데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신문3465호/2019년2월23일자]

김숙현 논설위원·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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