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불경(佛經)은 대부분 한문으로 되어 있고, 용어도 대부분 한문이어서 너무 어렵다. 불교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설법은 각 지방언어 사용이 원칙
경전 어렵다면 한문 거치지 않고 
한글로 번역된 불서 찾아보시길

A 우리나라 불교가 어렵고 젊은 세대와 멀어져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한자문화 때문입니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나 읽혔던 한문을 지금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 법문도 교리용어도 한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 이름이 한자로 어떻게 되는지 조차 모르는 요즘 세대들에게 한자투성이 불교를 이해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불교는 마냥 어렵고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종교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그렇겠지요.

부처님은 불교를 어떤 언어로 말씀하셨을까요? 부처님 재세 시 인도에는 브라만교의 경전인 베다(Veda)에서 사용하는 베다어가 있었고 문자는 아직 없었습니다. 이 베다어는 뒤에 불경을 기술하게 되는 산스크리트어(브라만어=범어)의 기원이 되는 언어이지만, 말 그대로 브라만교 성직자계급인 브라만들만 사용했고 다른 계급에서는 사용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모든 사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구제하고자 하는 원력이 계셨기 때문에 자신의 가르침이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널리 전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베다어가 아닌 그 지방언어들로 설법을 하셨습니다. 특히, 고통 받고 있는 하층민들이야말로 우선 구제되어야 할 대상이었으므로 그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선택하셨던 것입니다.

당시 인도에는 마가다, 코살라, 밤사, 아반티 등 주요 4대 강국이 있었는데, 알려진 바로 부처님은 이 중에서 마가다어를 사용하셨다 합니다. 부처님의 주된 수행처가 마가다국에 있었고 마가다국 인구가 가장 많았기 때문입니다. 바라문교처럼 일부 특권층만 사용하는 베다어는 배제하셨고, 심지어 베다어로 불교를 전하는 제자에게는 벌을 내리겠다고 까지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은 인도 전역으로 파송하는 제자들에게 반드시 그 지방의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상어로 설법해야 한다고 지시하셨습니다.

이같은 부처님의 뜻은 한 중생이라도 더 많이 구제하고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큰 염원과 원력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현재에도 따라야 할 포교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쉬운 부처님 가르침을 원한다면 한문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한글로 옮겨진 불교서적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이러한 한자문화를 벗어난 서적들이나 영상들이 무척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 보다 더 쉽고 감동적인 부처님 음성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신문3465호/2019년2월23일자]

이정우 군법사ㆍ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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