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교든 기도의 힘은 대단하다.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든 신에게 기도를 올리든 각자의 종교적인 기도는 다양한 의식으로 만들어져 그 종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불교 역시 다양한 기도의식은 불교의식과 불교의례로 진화되어 문화의 영역에까지 이르고 있다. 한국불교의 영산재의식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인류가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문화로 보존되고 있을 정도다.

거창한 의식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이지만 진실된 기도가 불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현장을 보았다. 설을 앞둔 1월말 경기 안성 칠장사를 찾았다. 20여 년 전부터 칠장사 나한전에 가족의 이름을 올리고 기도를 해 온 터라 가족에게 이 사찰은 익숙했다. ‘나눔과 소통으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사찰’로 유명한 칠장사에 대한 기사도 종종 써서 주지인 지강스님과도 친분 있게 지내는 사이라 가족들과 새해인사도 할 예정이었다. 

때마침 주말이라 나한전과 대웅전에는 사찰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집에서 100여㎞ 거리여서 조금 일찍 서둘러 10시 즈음 도착한 산사에서는 목탁소리와 주지 스님의 낭랑한 기도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한전에 기도를 올리고 나서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주지 스님은 기도 스님과 함께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난방장치를 켜지도 않고 기도에 열중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기도는 정오가 한참 지나도 계속됐다. 스님은 사시기도를 하며 부처님께 마지공양을 올리고 축원도 했다. 일일이 정초기도를 올린 신도들의 주소와 이름을 부처님께 부르며 ‘건강과 사업성취, 학업성취’를 기원해 주었다. 

아주 일상적인 기도였지만 관광객들의 반응은 놀라왔다. 스님의 간절한 기도의 모습을 보고 불전함에 보시금을 넣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스님은 축원 말미에 부처님께 ‘부처님 마음일세’라는 찬불가 공양까지 올렸다. 아주 잘 부르는 음성공양은 아니었지만 사찰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신기한 듯 귀를 기울이며 스님의 음성공양 소리를 경청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주지 스님에게 “매년 몇 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역민을 위해 사용하는데 그 많은 비용은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질문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스님은 “열심히 부처님께 기도해서 예산을 마련한다”고 했었다. 스님의 정성어린 기도모습을 보니 그 당시의 대답이 조금은 이해가 됐고 불자감소 시대에 진심을 담은 일상적인 기도도 좋은 포교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신문3465호/2019년2월23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