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문구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광고의 문구처럼 순간에 우리가 하는 선택은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남기기도 하고 탁월한 선택으로 삶의 기쁨이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나는 500원짜리 지폐를 길 옆 수로에서 발견했다. 지금도 기억에 어린 나는 굉장히 많이 망설였던 것 같다. 그 길을 몇 번 왔다갔다 하면서 수없이 고민했었다. 500원이면 쭈쭈바를 몇 개 사 먹을 수 있고, 그림인형 몇 장을 살 수 있고…. 머리가 복잡했었다.

그 짧은 길을 수없이 왔다갔다 하던 나는 조금은 후회스럽고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었다. 손에 500원 지폐는 쥐어지지 않은 채 말이다. 가끔 어릴 적 그 때의 기억이 난다. 어린 아이였지만 잠깐 동안 마음의 갈등은 그 500원을 줍느냐 마느냐 문제를 떠나서 선이냐 악이냐 이것이 중요했다는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지금 가끔 자문한다. 줍지 않은 것이 잘했나 라는 생각 뒤에 드는 또다른 생각은 순간의 선택을 잘해야 된다는 것이다. 여하튼 우리 삶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시간들이 많다. 실리를 택할 것인지, 진심을 택할 것인지 말이다. 양쪽 다 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세상은, 세상의 이치는 양손에 떡을 주지 않는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면 그래도 여전히 진심을 선택하고 싶다. 실리를 선택하지 않아서 조금 추울 수도 있겠지만 실리를 선택해서 마음의 추위를 느끼는 것보다는 진심을 선택해서 몸이 추운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시간을 견뎌낼수록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선택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씩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글을 확인 버튼을 눌러야할지 지움 버튼을 눌러야 할지를. 

[불교신문3465호/2019년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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