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무문관서 겨울안거 난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무술년 동안거 결제에 든 전국 선원이 2월19일 겨우내 안거정진을 마치고 일제히 문을 다시 열었다. 무문관과 조계종 기본선원 결제가 있었던 강원도 인제 백담사는 하루 전인 2월18일 해제했다. 백담사는 여전히 내설악의 겨울을 품었다. 봄을 맞는 해제라지만 설악은 아직 봄을 맞을 준비를 하지 못했다. 길은 여전히 얼어붙어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했다.

지난해 백담사는 유독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무문관에서 겨울안거를 났고, 조실 무산스님이 입적했다. 올 겨울 백담사는 또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두 번째 무문관행 때문이다.

백담사 무문관은 해제 3일을 앞두고 자물쇠로 굳게 닫혔던 문을 열었다. 또다른 정진 만행길로 나아가려는 결제대중의 본격적인 해제 준비다. 자승스님은 비로소 함께 정진한 대중들과 마주했다. 함께 안거를 난 대중과 담소를 나누며 동안거 공부를 점검했다. 유나 영진스님은 해젯날 새벽 길을 나서던 자승스님을 붙잡았다. 새벽길을 달려온 취재진을 거부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강원도 인제 백담사의 무문관과 조계종 기본선원 대중들은 3개월의 동안거 결제를 마치고 2월18일 만행길을 떠났다.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해 겨울에 이어 두번째 무문관 안거를 났다.

야윈 모습이었다. 총무원장 때보다 20kg이 빠졌다. 입고 있는 승복은 헐렁해서 제짝이 아닌 것처럼 어색했다.

자승스님의 무문관 수행은 절제의 연속이었다. 3개월 동안 하루 두 숟가락 분량의 밥과 오이 2쪽, 상추 2장, 무 2조각, 깻잎 2장, 들기름 1스푼, 두부 4쪽, 치즈 1장을 섭취했다. 특식과 공양물은 일체 들이지 않았다. 주는대로 다 받아 먹으면 제대로 수행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해 무문관 정진에서도 절실히 느꼈던 터였다.

그보다 힘들었던 것은 잠을 잘 때도 등을 바닥에 대지 않는 장좌불와 수행이다. 잠을 안자고 이어간 1주일간의 용맹정진은 장좌불와로 지친 육신에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자승스님은 지난 3개월의 정진에 대해 “젊을 때 생각만으로 자기 몸을 괴롭히는 것은 그야말로 객기에 지나지 않았다”며 “몸과 마음을 중심을 잡으면 되는 것인데 너무 억지로 다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진은 물 흐르듯이 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그런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자승스님은 “원해서 하는 것과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무문관은 내가 스스로 온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내년 겨울안거 때에도 무문관에 방부를 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이날 무문관 수행대중 10명을 비롯해 기본선원 정진대중은 제3교구본사 신흥사에서 신흥사 향성선원 대중과 함께 동안거 해제법회를 열고 만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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